매일신문

경제카르테-전자상거래의 한계

지금까지 인터넷 기술이 상거래, 기업경영, 산업구조, 조세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전자상거래로 소비패턴과 가격체계가 바뀌고 아웃소싱 등으로 기업의 재고관리와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됐으며 벤처산업이 번창하는 것도 인터넷 덕택인 것이다. 이렇듯 인터넷 경제는 어느 부문에서나 급성장하고 있지만 그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연말 미국의 전자상거래는 해커의 공격으로 주문을 소화하지 못한 데다 택배에도 체증이 걸린 사고가 빈발했다. 소비자들은 대금을 인터넷뱅킹이나 신용카드로 선납한 탓에 주문취소도 어렵게되자 전자상거래가 기존의 카탈로그 쇼핑보다 훨씬 불편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품목의 제약이다. 전자상거래 비중이 전체 거래의 10% 내외로까지 성장한 금융중개, 컴퓨터 소프트웨어, CD, 도서, 신문 등은 더욱 신장할 전망이지만 의류, 신발, 채소 등 직접 상점에 가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품의 전자상거래는 활성화되기 어렵다.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취약점이다. 해커는 물론 세무당국 등에 거래가 노출될 수 있다는 염려가 불식되지 않는 한 현찰거래가 갖는 이점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처럼 5년후면 인터넷 뱅킹이 위축될 것이란 판단아래 주택저당, 신용카드, 재산관리 등 기존 수익성업무에 진력하는 세계적 금융기관도 없지 않다.

결국 인터넷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기업, 개인 등 경제주체가 인터넷을 얼마나 이해하고 효용을 느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특히 습관의 편리함을 감안한다면 인터넷기술에 의존하는 신경제가 산업시대의 종언을 고할 위력으로 경제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김 시 환

한국은행 대구지점 기획조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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