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영남인재 대망론

지역감정을 배격하자는 목소리가 여늬 선거때 보다 높은 것이 이번 16대총선거의 특징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번 선거는 김대중정부 2년을 넘기면서 불거진 각종 정치현안들이 여야의 정책공방으로 쟁점화되고 유권자들이 그같은 정책대결을 보고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여야의 구분이 애매한 상황에서 집권정당의 중간평가에 따른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야당 또한 야당다운 야당의 책임소재가 분산된 상태에서 정책대결의 의미는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지역색이 대세 좌우

우선 자민련의 공동여당 공조파기 선언과 국민회의의 탈바꿈을 통한 민주당의 탄생으로 여당의 정체성이 약해졌고 한나라당의 공천파동으로 민국당이 태어남으로써 야당 또한 정통성 분쟁에 휘말려 여야간 피아(彼我)가 분명치 않다. 책임정치의 측면에서 여야 모두 국민에 대한 책임감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리멍텅한 여야구도에서의 선거전략은 지역감정 부추기기.금권관권 동원.흑색선전 등이 주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대세를 판가름하기엔 지역감정부추기기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는 정치인의 계산 때문에 지역감정 문제가 갈수록 크게 부각되는 것이다. 이같은 지역감정을 겨냥한 선거전략은 망국적 현상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같은 폐해를 알면서도 지역정서는 선거때마다 엄청난 효력을 발휘했고 지역마다 나라를 걱정하는 숱한 지식인과 지도층이 있어도 그들 또한 지역정서의 포로가 되어온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렇게 지역정서가 과거의 경우처럼 이번 선거에도 막판까지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면 대체로 여야 4당의 지역분할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영남권은 어떻게 될까. 이미 YS집권 당시 소외감을 느낀 대구.경북권은 15대총선이래 반(反)DJ정서라는 측면에선 부산.경남과 공통점을 가져왔지만 반(反)YS정서를 아울러 가졌다는 점에선 차별화된 현상을 보였다. 15대총선 당시 대구.경북권에 자민련 바람이 불었던 것도 그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비록 자민련이 공동정권 파기를 선언했지만 그동안의 DJP공조 때문에 생겨난 반DJ정서가 자민련에 미칠 영향은 적지않을 전망이다.

##영남권의 정당선택

그러나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소문이 나돌만큼 대구.경북에서 지지도가 높던 한나라당도 최근 엉뚱한 공천 때문에 이전만큼 호의적이지않다. 한나라당 경북도의원들이 집단반발하는 등 공천파동의 후유증은 이회창 총재의 지역민 무시가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올 정도다. 심지어 이 총재는 영남권 지지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다른 지역인을 중용하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민국당을 보는 눈이 호의적인 것도 아니다. 야권분열 문제도 있지만 지나치게 YS에 기대려는 민국당의 모습이 지역의 반YS정서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되면 대구.경북 유권자의 지지정당선택은 혼미해질 수밖에 없다. 특정정당에 몰표를 주던 바람선거가 사라질 가능성을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몰표의 허상 깨달아

어느 면에선 지역민들이 몰표의 허상을 깨닫게된 시점에 왔다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지역의 정치적 인재를 키우지 않는한 지역민은 항상 짝사랑의 환상을 쫓아다니는 허허로움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만은 지역색과 정당편향을 떨쳐버리고 이 지역의 정치적 꿈나무를 심는다는 각오로 후보 개개인의 인물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반DJ정서도 큰 의미가 없어지고 이번선거로 4당구도로 정치판이 짜여진다해도 대구.경북정치인의 국정운영에 대한 영향력은 기대할 수준이 못될 것같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대구.경북 유권자는 미래에 대비한 대망(待望)의 영남인재를 뽑는 선거로 보고 인재찾기에 나서야할 것이다.

홍 종 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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