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툇마루-아쉬운 캠퍼스 문화

매년 신학기의 캠퍼스는 활기가 넘친다. 새로운 각오, 새로운 출발의 젊은 학생들이 내뿜는 발랄함은 한 겨울 추위도 물러서게 한다. 자유와 평화의 보루이자, 낭만과 지성의 요람인 대학 캠퍼스는 우리 젊은 세대의 해방구(解放區)로서 자리 매김 할 만하다.

그런데, 선배학생이 후배를 맞이하는 신고식 형태가 대학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진행되는 것 같다.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꾸기보다는 오히려 모방하기에 바쁘다. 게다가 이미 군대조차 점호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는데, 일부 대학생들은 군사훈련을 흉내내어 새내기를 길들이려고 한다. 이제 민주주의를 배우려면 병영 생활을 해야 하고, 유격훈련의 피티 체조를 배우려면 대학 캠퍼스를 찾아야 할 참이다.

넘치는 혈기를 이성적으로만 감당하기 힘든 줄 알지만, 상식을 깨뜨려야 창의적 발상이 나오는 줄도 알지만, 그래도 자기 행동에 대해 시대정신을 부여하려는 최소한의 고민을 우리 젊은 세대한테 기대한다. 생각하는 대학인이라면 군국주의적 신고식을 통한 패거리를 문화의 재생산에 결코 참여하지 않을 줄 안다. 오늘날 잘못된 정치를 바꿔가야 할 캠퍼스 문화는 우리 나라의 미래상이기 때문이다.

김규원 경북대 교수.사회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