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군 유류저유소 토양오염 논농사 10년간 망쳤다

"10여년전부터 매년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심할때는 농수로에 기름이 둥둥 뜨기도 합니다"

15일 포항시 북구 장성동 미군 유류저유소 바로 옆 논에 못자리 설치를 위해 나와 삽질을 하고 있던 김모(62)씨는 몇시간도 안돼 파놓은 수로에 기름부유물이 떠오르자 분통을 터뜨렸다.

미군이 수십년간 기름찌꺼기등 슬러지를 영내에 불법 폐기했다는 주장이 당시 근무자로부터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는 포항시 북구 장성동 미군 유류저장소 인근 토양은 기름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5일 오후, 저유소 바로 밑에 있는 개울 300m는 산화현상으로 바닥이 벌겋게 변해 있었으며 곳곳에 기름띠가 형성돼 있었다. 인근 논도 마찬가지. 심지어 저유소와 1백m 떨어진 논 중간에 파놓은 수로에도 부유물질이 떠올랐다.

"4년전 유류저장소를 연결하는 3개 송유관중 1개관에서 항공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아마도 수백ℓ가 논으로 새나왔을 거예요"

인근 논을 빌려 소작하고 있는 신모(70)씨는 "기름 유출사고가 그간 수차례나 일어났다"고 말하고, "특히 5만ℓ짜리 탱크가 지하에 묻혀있는 쪽의 땅은 오염이 더 심해 기름이 새 나오지 않나하는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보상용이라며 얼마씩의 돈을 줄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수확한 벼에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을 것 같아 대부분 수매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환경운동연합(회장 강호철)은 15일 장성동 미군 유류 저유소를 방문, 당시 근무자들이 폐기물을 파묻었다는 현장을 즉각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문제가 된 저유소 개울물 및 토양오염 측정을 실시, 조만간 분석 결과를 공개키로 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포항·崔潤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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