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중인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이 북한의 과거 테러행위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은 한나라의 외교를 맡은 수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것이다. 이 장관은 주미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의 테러 문제 처리의 주안점은 과거 테러행위의 응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테러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의 발언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기 위한 조건으로 '칼'기 폭파사건 등 과거 테러행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어떻게 해서든 북한을 대화의 광장으로 이끌어 내려는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또 다음달로 예상되는 북.미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과거의 테러행위는 불문에 부치겠으니 공개적으로 테러 포기 선언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과 외교상 공동보조를 맞추기 위한 발언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의 테러에 관한한 누가 뭐래도 일단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아웅산사건 등 북한이 저지른 테러의 피해 당사자인데다 수많은 희생자 유족들이 아직도 피해의 악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외교부 장관이란 사람이 과거문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유감스럽다.
이 장관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이 과거에 무엇을 했던 묻지 않겠다고 발언한것은 자칫하면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실상 우리는 요즘 지나치게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 여전히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자세인데 비해 우리만 유독 대통령이 거듭 남북대화를 촉구하고 있나하면 남북한 음악회에 100만달러씩을 기부 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를 구걸하다시피 하는 인상이다.
그러나 남북한간의 대화는 이처럼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본다. 과거에 서독이 그랬듯이 대화는 계속하되 따질것은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북한에 이끌려가다가는 북한의 '벼랑 끝'외교의 희생물을 면할길이 없다는 생각이다. 따지고 보면 92년 남북기본합의서가 발효될 당시 우리측이 북한측으로부터 사과.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채 그후 식량과 비료를 지원한 것은 잘못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정부는 차제에 북한의 테러를 그냥 덮고 지나갈 것이 아니라 과거 테러의 책임자를 규명하고 사과를 받아내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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