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4.13 총선을 앞두고 초.중.고 학생들에게 '총선수업'을 위한 '교사 지도안'을 내놓고 강행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계 일각에서는 정치 활동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일부 내용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대구지부의 경우 다음주부터 이 수업을 강행하기로 하고 '민주시민 육성을 위한 공동수업' 중고교용 자료집을 자체적으로 제작, 15일 대구시선관위에 심의를 요청한 상황이다. '주인 된 권리 찾기 2000총선, 민주주의와 선거'라는 제목의 이 자료집에는 민주주의와 선거의 의미, 유권자의 권리와 행동 수칙, 후보자 평가 기준 등의 내용이 실려 있으며, 낙천.낙선운동, 지역감정 등에 대한 일문일답식 부록을 담았고, 총선 시민연대가 발표한 공천 부적격자 명단도 들어 있다. 전교조는 오는 27일부터 4월 22일까지 '총선수업'에 들어갈 움직임이지만, 시의성 있고 현실감 있는 정치수업을 하겠다는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 이같은 교육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정치의식을 심고 길러 주며, 현실과 연관된 민주주의 교육에 효과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수업이 전교조나 교육을 맡은 교사들의 이념수업으로 변질될 수 있고, 특정 후보와 정당의 지지나 낙선운동으로 이어지는 등 본래의 취지를 왜곡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아 걱정된다. 특히 전교조의 수업 지도안에 포함된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평가 등은 우려되는 부분이며, 부모의 고향과 정당 및 후보별 지지율 파악 등의 대목도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대구지부 관계자는 선관위가 자료집 내용을 심의, 문제되는 내용은 수용해 재심의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학교교육의 범주와 원론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경계돼야 한다. 더구나 우리의 '공인'의식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는 선진 외국과는 다른 면이 있으므로 교사들의 중립적인 입장은 반드시 유지돼야만 한다.
전교조는 이같은 부작용과 문제점들을 충분히 감안하고, 시비의 소지가 있는 내용들을 재검토해 보다 이상적인 '교사 지도안'을 만들고, 교사 개인의 성향에 따른 불공정 수업이 되지 않도록 지도.감독하는 방안도 마련하기 바란다. 교육 현장을 정치 현장화하는 것은 교육을 그르칠 뿐 아니라 교육 현장을 마찰과 갈등의 마당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것은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교육기본법이나 교원노조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할 필요조차 없다. 학생들에 대한 정치교육이 일반적인 소양교육을 벗어나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로 치닫는 '정치색'은 철저히 경계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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