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우려되는 사이버대학의 학위인정

교육부는 13일 평생교육법 시행령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의 골자는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에서 강의 수강하는 그야말로 사이버 대학에 대해서 일반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점을 인정하고, 정식 학위취득을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캠퍼스가 있는 일반대학에 다닐 수 없는 직장인들이나 가정주부들에게 면학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 평가된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제도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영 엉뚱한 방향으로 그 면모를 일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마치도 벤처기업들의 취약한 자금을 보충해 주기 위해 만든 코스닥이 거래소 총 거래액을 능가해 버리는 것과도 같은 결과를 맺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사실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이것이 유선전화 가입자 수를 능가하리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현재 휴대폰 가입자 수는 대략 2천500만명으로, 유선전화 가입자 수를 자그마치 400만 회선 이상 그 격차를 벌리고 있다. 오늘 현재 인터넷 가입자는 1천300만명을 능가하였다고 한다. 이 수치는 취학연령인 만 7세 이상 국민 대비 이용률이 30.8%로, 국민 3.24명당 1명꼴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미래학자는 얼마 있지 않아 인류는 인터넷을 오늘날의 전기처럼 가장 흔하게 일상생활에 사용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인류의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캠퍼스의 4년제 대학을 다닐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라는 방송통신대학을 벌써 만들어 놓았다. 그들에게 폭넓은 교육의 장을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방송통신대학이 꽤 연륜을 쌓았으나 기존의 캠퍼스대학의 존재를 위협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사회인식과 교육의 질적 차이가 절대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버대학은 방송통신대학과는 다르다. 사이버대학의 교육방법은 시대의 총아인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사이버대학의 인가 조건을 상당히 완화하여 웬만한 재력가이면 사이버 대학을 개설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것은 사단법인·재단법인 등으로 대표되는 비영리법인으로, 200평 이상의 행정·교수연구·사이버관리·PC실습실을 갖추고 서버용 컴퓨터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크를 갖추기만 하면 사이버대학을 인가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 등 전국 65개 대학에서 단독으로 혹은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사이버대학을 개설해 놓고 있으나 지원자가 없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폐강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이들 사이버대학들이 정식 대학인가를 받고, 학점을 인정받으면 양상은 달라지리라는 것이다. 값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캠퍼스대학에 다닐 필요가 있느냐는 학생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자칫 사이버대학이 캠퍼스대학을 능가하여 학생들이 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례를 들어 사이버대학이 사이버의 장점을 이용하여 외국 유명대학의 저명교수의 강좌를 직접 듣게 한다든지, 영어강좌를 네이티브 스피커 중심으로 더욱 활기차게 한다면, 낡고 고루한 커리큘럼으로 인터넷이 뭔지도 모르는 나이 많은 구세대 교수들이 적지 않는 한국의 캠퍼스대학들이 가히 이들 N세대들을 계속 붙잡을 수 있을 것인가.

사이버가 판을 치는 요즘 세상에는 벌써 학벌 파괴의 바람이 불어, 신입사원 채용에 학벌을 묻지 않는 경우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학벌을 묻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이와 본적까지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직 영어 실력과 사이버를 만질 수 있는 능력만을 묻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인적인 교육은 어디로 가는가.

사이버대학을 캠퍼스대학과 조금은 차별을 두고 육성하여야 한다. 일례를 들면 사이버대학 입학자격을 수능고사에서 제외하여 일반인들의 인식에 구별을 두는 일이다. 사이버대학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세기의 총아인 인터넷을 통해 교육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지, 전인적인 인격자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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