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은 보는게 아니라 느끼는 거죠'

앞을 볼 수 없는 이들에게 두 다리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일은 흔치 않다. 자신의 동네와 일터를 오가는 길 외의 낯선 길로 나서는 것이 그들에게는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선교단체인 '포도나무선교회(대표 이흥식 평산교회 목사.053-253-6636)'소속 맹인들은 등산을 통해 그들이 갖고 있는 튼튼한 두 다리의 힘을 확인하고 있다.

그들에게 산을 오른다는 것은 듣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새소리, 바람소리, 벌레소리, 낙엽 밟는 소리, 나뭇가지 부딪치는 소리.... 도시의 소음에 익숙한 맹인들에게 산을 오르는 시간은 꿈틀거리는 자연의 소리를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다.

이 단체에 소속된 맹인들이 산행에 나선 것은 지난 93년 7월.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맹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과연 산을 오를 수 있을까. 혹시 넘어지고 엎어져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걱정도 있었지만 맹인들은 지난 7년여동안 단 한 번의 사고 없이 한 달에 한번씩 등산을 해오고 있다. 처음엔 10명도 안됐던 것이 이젠 참가자가 30여명이나 된다.

지난 14일에는 영천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이들이 흔적을 남겼던 산이 전국적으로 수십곳은 된다.

맹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은 역시 폭포가 흐르는 등 물소리가 많이 나는 곳이다. 인공의 소리가 흉내낼 수 없는 폭포수의 울림. 예민한 귀를 통해 그들은 아름답고 웅장한 대자연을 본다.

이들의 산행을 돕는 이들도 많다. 매번 자원봉사자로 산행에 동참해 맹인들의 손을 이끌어주는 사람들, 그리고 매번 산행때마다 버스를 마련해주는 '내일교회'. 포도나무 선교회 이순애전도사는 "맹인들은 등산을 통해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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