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 대 이란 경제제재 완화

중동정치구도 변혁 석유 등 금수 그대로

미국과 이란이 새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대(對)이란 경제제재의 일부 해제를 17일 발표함으로써 20여년간 단절돼온 미국과 이란 관계가 급속히 개선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중동지역의 정치구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17일 이란산 철갑상어알과 카페트, 견과류 등 일부 사치품목에 대한 수입개방, 동결된 미국내 이란자산 반환 추진등 부분적 관계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은 이밖에도 학술·스포츠 등 비정치 분야의 교류 확대를 제의했다.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 정부도 즉각 환영 입장을 밝히고 미국 정부의 조치가 갖는 의미와 파장 분석에 나섰다.

팔레비 왕정 시절 절정에 달했던 양국 우호관계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을 고비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회교 지도자 호메이니옹(翁)의 이슬람 혁명 이후 망명길에 오른 팔레비왕이 미국에 입국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이란 대학생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을 점거하여 444일간 인질극을 벌이면서 양국관계에 복원하기 힘든 상처를 안겨주기도 했다.

미국은 지금까지도 이란이 국제 테러를 배후 지원하고 중동평화회담을 방해하고있다며 석유와 천연가스 금수조치 등 제재를 풀지 않고 있다. 올브라이트 장관도 부분적 제재완화를 발표하면서 이란산 석유와 가스를 제재해제 품목에서 제외했다.그러나 미국의 새로운 정책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 우선 이란 개혁파정권의 국내 입지를 강화시켜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온건 개혁성향의 하타미 대통령이 1997년 대통령 취임 후 추진한 일련의 점진적 개혁조치가 보수파 저항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으나, 지난달 총선에서 개혁파가 압승하고 최대 적대국 미국의 공개적 지지를 얻음으로써 보수파를 설득하여 제압할 명분과 정치적 입지가 대폭 확대됐다.

미국의 선제 유화조치는 이란이 오는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에서 증산을 지지할 경우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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