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신관치 금융시대?

연쇄도산.대량실업.홈리스 군중의 배회.가족해체 등 기억만 들추어도 끔찍한 금융위기와 IMF사태는 아직도 우리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올해는 2차금융구조조정에 약 30조원의 공적자금이 소요될 것이란 예측과 더불어 각 금융기관들은 다가올 금융구조조정에서 자신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전전긍긍하는 요즈음, 정부의 금융당국만은 기가 펄펄 살아있는 느낌이다. 관치금융이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이었음을 상기하면 정부당국의 넘치는 힘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그동안 정부는 입만 열면 시장기능회복을 외쳐왔고 이를 위해 이미 60조원안팎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몇몇 금융기관이 퇴출되는 등 부실금융을 치유하면서 앞으로는 금융기관 자율로 경쟁력 있게 구조조정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정부 방침을 누누이 확인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침을 천명하는 수사적 발표에 불과할 뿐 최근 재경부와 금융감독원의 행태는 관치금융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국민은행장 선임과정에서 기존 인선방식을 멋대로 바꾸어 김상훈(金商勳)금감원 부원장을 행장으로 추천해 은행내부에서 외압의혹이 제기됐고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이 은행의 수신금리인상을 경고한 것은 영업활동의 간섭이란 지적을 받고있다.

벌써 지난달에 수신금리인상에 제동을 걸어 은행의 특판상품개발을 백지화시킨 것을 감안하면 금융시장기능의 회복은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못할 것같다. 특히 이같은 정부간여와 관련 이용근 금감위 위원장이 "시장기능회복을 위한 정부의 개입은 관치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1차 금융구조조정의 결과를 실패로 본다는 말인지 헷갈린다. 금융기관의 임직원 인사에서부터 영업활동에까지 간여하고 이 때문에 금융부실이 발생한다면 정부당국자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가. 전(前)정권의 환란 책임자 처벌의 선례를 벌써 잊었는지.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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