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역 대합실의 광고용 모니터를 통해 낯익은 예술공연 장면이 지나간다. 대구시가 문화의 도시임을 알리는 홍보 비디오였다. 거기엔 예술가들만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허전해졌다. 거기엔 그 흔한 어린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이나 청소년들의 힙합은 커녕 객석의 흐뭇해하는 모습조차 없었다. 예술가들만이 문화의 도시를 만드는 창조와 표현의 주체고, 일반시민들은 그 문화의 구경꾼이라는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
실수였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사실 난 최근 행정하는 이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최근에는 시내의 큰 공원들을 청소년, 전시, 노인 등의 영역으로 나누고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구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거의 실천단계에 와있다. 물론 아직은 공원이라는 특화된 공간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이 계획은 메트로시티 대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에 중요한 전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먼저 이제까지의 옥내 문화에서 탈피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대구사랑운동본부가 대구YMCA를 비롯 시민단체와 추진하고 있는 물리적인 담 허물기만큼이나 중요한 또 하나의 담 허물기다. 자본주의적인 유통구조에서 티켓을 판매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예술상품의 판매를 보장받기 위해 실내로, 또 전문화된 공간으로 표현공간을 한정하고 그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예술적 행위인 것 처럼 오해하도록 만든 시절이 있었으니, 이제 잘만하면 그놈의 예술적 표현의 공간적 경계짓기라는 마법에서 풀릴 수도 있게 되는 거다! 그러나 주의하자! 여기에서도 예술가들만이 저들의 재능을 뽐내며 시민들은 그저 구경이나 하는 '객'이 되고 만다면, 분명 이 정책은 예술가들에게만 또 하나의 장을 내주는 의미없는 것이 되고 말 뿐 아니라 어디서 베껴온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게될지도 모르니까.
마임연기자.왜관YMCA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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