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만 여당된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 당선자가 이끄는 '민주진보당'은 독립 지지운동을 벌이던 반체제 인사들이 1986년 창당했다. 국민당 외의 정당 설립을 금지하던 법률이 폐지되자 대만 사상 첫 야당으로 등록한 것. 당원들은 주로 가난한 농부, 노동자, 택시운전기사 등 서민층이었다. 그 후 학생.교수.관리 등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며 노동자 계급 정당에서 대중 정당으로 발전했다.

당원 수가 초기의 6만명에서 최근 20만명으로 급증했으나 250만명의 국민당에 비해서는 여전히 초라한 규모. 이때문에 4년 전 실시됐던 사상 첫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은 54%를 얻은 반면 민진당은 21%에 그쳤다. 하지만 기세 상승세가 계속돼 대만 2대 도시인 타이베이(臺北)와 가오슝(高雄) 시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창당 당시엔 대만 독립을 지지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만인 대다수가 이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장을 완화했다. 대만인들은 독립.재통일 보다는 현상태 유지를 바라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협박까지 잇따르자, 천 당선자도 "어떤 의제를 놓고서도 중국과 협상할 것이며 군사적 충돌을 줄이기 위해 상호 신뢰체제를 구축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중화민국'이라는 대만 국호 개정, 독립 찬반 국민투표 등은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17일엔 자신의 당선 후 민진당 활동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말로써 유권자들이 중국의 위협에 영향받는 것을 차단하려 애썼다.

한편 이번의 민진당 승리에는 국민당 후보의 분열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경선에 불복한 후보가 당을 뛰쳐나가 따로 출마함으로써 그쪽 표를 분산시키고, 결국은 다른 당에 승리를 안겨 준 지난번의 한국 대선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또 중국의 협박이 이번에 오히려 천후보측을 도왔던 것으로 보는 시각도 유력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