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과 평화무드 조성 기대

20만명이 넘는 천 당선자 지지자들이 타이베이 거리로 쏟아져 나가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폭죽과 불꽃놀이가 중심가 상점.공공기관 건물들의 창문을 흔들었으며, 승리를 축하하는 군중 행렬이 시가지를 뒤덮어 교통이 완전히 마비됐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천수이볜 당선자는, 당선 첫날부터 중국이 바라는 방향과 다른 곳으로 나아갔다. 당선 기자회견에서 대만을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아래 홍콩.마카오 방식으로 중국에 통일시키는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식을 거부하고, 대만이라는 나라를 확고하게 지키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 이유는 국민 대다수가 일국양제를 절대로 받아 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중국 정부는 당혹감과 충격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관영통신은 거의 보도를 않고 있을 정도이며, 이때문에 대만의 정권 교체를 일반 시민들은 폭넓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대만 총통선거는 일개 지방선거"라고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공산당과 정부 공동성명은 "천수이볜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그가 양안관계를 이끄는 방향을 눈을 비비며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은 무력 위협을 제외, 천 당선자와의 대화 가능성을 남겨뒀다.

그러나 천 당선자가 당선 회견에서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거부했기 때문에 중국측이 그와 당장 협상에 나서기는 어렵게 됐다. 대신 공산당과 정부는 천 당선자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가 일국양제를 거부한 것이 가장 우선적인 논란거리로 될 가능성이 있으나, 중국이 초반부터 시비를 걸지는 알기 힘들다. '관찰'이 끝나면 어떠한 방식으로 천 당선자를 다룰지 국제사회의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중국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에 찬사를 보낸 시민도 있고, 일부에선 "전쟁을 해야 한다" "전쟁이 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대만 사이의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고 이를 주시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양안 대결이 미군 개입을 초래하는 사태로 발전할 경우 미일 안보조약과 일중 우호조약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확인하는 한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외상은 "당사자간의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며,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정부는 1972년 일중 공동성명에 입각해 중국과 안정적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대만에 대해서도 비정부간의 민간 또는 지역적 왕래를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외상은 말했다. 일중 관계는 난징(南京) 대학살 부정, 도쿄 도지사의 대만 방문 등으로 악화돼 있다.

이번 선거로 대만에서 '일본어 세대'가 퇴장하고 신세대가 등장함에 따라 앞으로 경제.민간교류 분야에서 새롭게 채널을 구축해야 하는 문제도 일본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한편 일본 주요신문들은 선거 결과를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전했으나, 민진당이 입법원(국회)에서 소수 여당에 지나지 않아, 인재난의 심각성과 함께 강한 정권 기반을 구축하기가 어려워 국민당과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천 당선자가 취임 후 당분간 '합의 형식'을 중시하고 독립 색을 엷게하면서 현재의 연장 선상에서 대중(對中) 정책을 추진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50년만의 정권 교체는 대만 국민의 민주주의 저력을 과시했을 뿐 아니라 중국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클린턴 대통령도 선거 결과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중국과 대만간의 평화적 대화를 위한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했다. 선거가 끝난 마당에 양안 상황도 더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하나의 중국' 정책은 계속 유효하다고 밝혀, 대만에 민주 정부가 들어서는 것은 환영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에 대한 포용정책을 포기하지도 않겠다는 내심을 드러내 보였다.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라가 즉각적인 공식반응을 자제했다.

홍콩의 저명한 양안관계 전문가 리지아콴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천 당선자가 오는 5월 총통에 취임한 뒤 양안 간에 대결과 긴장 국면이 조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당선자 반대파인 그는 "상호 오해 때문에 상황이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비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동아시아 연구소 중국-대만관계 전문가 쳉용니안 연구원도 양안간 긴장 고조로 동남아 정국까지 불안해질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천 당선자가 대만 독립을 추진하는 급진적 조치를 취하려 할 경우 의회에서 강력한 반대에 부딪힘으로써, 단기간에 긴장이 고조되거나 위기가 조성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국 외무부 대변인은 천수이볜 후보가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양안 간의 현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하나의 중국' 지지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새 총통이 중국과 건설적 대화를 나누는 정책을 추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과 대만이 도발적이라고 보여지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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