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단-구름포 사랑(서지월)

구름포에 갔었네

모여 있는 것들만이 하늘을 드리우는

구름포에 내 생의 비밀만을 안고 갔었네

돌아누운 당신은 수평선 위의 돛단배처럼

멀어져갔고 당신은 나를 잊은 채

나는 당신을 버려두고서

구름포에는 누워 있는 돌들만

몸이 젖은 채로 꼼짝않고 있었고

나는 내 생의 처음인 이 바닷가에서

풋풋한 초경(初經)의 냄새 맡고 있었네

구름포에 갔었네

해란(海蘭) 한 송이 꽃잎 벙글어

저 혼자서 거친 숨 뿜어내는

구름포에는 이제 아무도 없네

살아있다는 것이 공존(共存)이 아님을

구름포에서 배웠네

-'한국문학'봄호에서-

▲1955년 대구 달성 출생

▲'심상'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꽃이 되었나 별이 되었나' '가난한 꽃' 등

▲대구시인협회상.한하운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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