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불공은 마음의 표현

남산을 오를 때마다 정토를 염원한 신라인들의 숨결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삼릉을 지나 상선암 가는 길에 목은 없으나 당당한 모습으로 앉아 계신 부처님을 비롯하여 다양한 모습의 부처님을 만나게 된다.

정월초라서 일까? 여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앞에 불공을 드리고 있다. 그들의 기원이 이루어지길 염원한다. 산을 오르내리는 곳곳에는 사람들의 염원의 손길이 닿아 있다. 말 못하는 돌부처님께 소원을 빌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사연들, 그 사연이 타다 남은 초 토막으로, 혹은 과일, 과자 부스러기, 물에 띄운 소원쪽지 등으로 화헌이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불공드릴 때의 깨끗하고 정성된 마음의 행위가 다른 행인들의 마음까지 맑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리어 얼굴을 찡그리게 하고 더 없이 청결하고 깨끗해야 할 도량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니 내심 씁쓸하다. 불공이란 부처님 앞에 청정한 몸과 마음으로 원력을 세워 정성을 올려 그 일을 성취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우리 조상들이 수많은 부처님을 다양한 모습으로 조각했지만 한결같은 것이 하나 있다. 누구에게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사실이다. 돌부처님께 비는 간절하고 정성된 마음으로 산 부처인 자녀를 대하고 아내와 남편.부모를 대하고 그리고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것에 적용한다면 나를 비롯한 가정.사회.국가.인류가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천재지변도 불상에게 빌고 부모에게 당한 죄복도 불상에게 빌고 동포에게 당한 죄복도 불상에게 빌고 법률에게 당한 죄복도 불상에게 비는, 돌부처에 대한 경외심이 직접 당처인 천지와 부모.동포.법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원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는 것은 없다. 불공 드리기 위해 애써 산에 있는 부처를 찾는 수고를 그 일, 그 대상에게 실질적으로 불공을 드려서 소원성취 하는 삶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강명진.원불교 경주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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