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신브레이크 사태

"회사측의 노조원 탈퇴 공작인가, 노조측의 일방적 몰아붙이기인가"

지난해 12월24일, 지역 중견 자동차부품업체인 상신브레이크 생산상무실. 관리자들이 전날(23일) 노조에 가입한 농아 장애인 14명에게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김대용 위원장 등 노조원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불쑥 들어섰다.

이때 상무실엔 현장 관리자 2명과 장애인 노조원 1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며 노조 탈퇴서 3장과 대화기록용지가 탁자 위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상태였다. 특히 필담을 주고 받은 것으로 보이는 대화기록용지엔 '노조활동을 하다보면 해고 위험이 크다' '탈퇴 사유는 개인적인 것으로 이야기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어 노조원들을 흥분시켰다. 이날 상신브레이크 노동조합에서는 장애인 노조원 7명이 가입 하루만에 일제히 탈퇴서를 냈다.

노동조합은 회사측이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한 증거가 뚜렷하다며 대구지방노동청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서와 고발장을 냈다. 그러나 회사측은 "장애인 노동자들이 '노동조합비를 떼이는 것이 싫고 파업 시엔 봉급을 받지 못하는 등 개인적 피해를 당할 것 같아 걱정된다'며 찾아와 상담을 해준 것 뿐"이라며 노조측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따라 농아장애인협회가 지난달 노사 양쪽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기도 했으나 탈퇴 장애인들이 "개인적 사유로 탈퇴했다"고 주장한 반면 비탈퇴자들은 "회사측의 권유를 거부하다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며 맞서 양쪽 진술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급기야 회사측이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간부 3명을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자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노조탄압 분쇄를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하는 등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앞서 13일엔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20개 시민사회단체가 '장애인 노조탈퇴 진상규명 대책위'를 구성, 이번 사태에 대한 경위조사에 나섰다.

우리복지시민연합 관계자는 "대구지방노동청이 회사 개입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며 화해만 종용하고 있어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있다"며 "현재 드러난 증거들을 통해 서라도 회사측이 장애인들의 약점을 악용, 탈퇴를 종용했는지, 노조측이 유언비어를 퍼뜨렸는지를 가려내 노사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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