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13총선 관전 포인트 4

이른바 TK정서는 과연 있는가. 있다면 이번 4·13 총선에서는 어떤 현상으로 나타날까. 또다시 몰표와 한 정당의 싹쓸이 현상을 재연할까. 정치권에서는 대구·경북은 한나라당의 아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민들도 크게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가 '대구정서론'을 직접 거론하며 '역 TK정서론'으로 정면돌파에 나서고 있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김 명예총재는 최근 대구·경북을 돌면서 "조국 근대화의 발상지는 대구·경북"이라며 추켜세운뒤 "나라망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이 대구정서라고 보지는 않는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왜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김영삼 전대통령 시절 집권당이었던 한나라당을 심판하지 않고 지지하느냐'는 하소연이다.

이 대열에는 민주당의 김중권 대구·경북선대위원장도 가세했다. 김 위원장도 대구의 민주당 행사에 나설 때는 빠지지 않고 "나라망친 한나라당"이라며 한나라당 심판을 촉구하고 있다.

김 명예총재와 김 위원장의 이같은 표현은 깨부수든가 깨지든가의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그만큼 지역내 민주당과 자민련이 위기상황에 처해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기존의 선거판을 지배한 TK정서에 대한 '역 TK정서론'이다.

그러나 최근 10년내 정치권 특히 선거판에서 나타난 TK정서로 볼 때는 JP의 의도처럼 쉽게 극복될 성질의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으로 TK정서를 자극한 대표적인 표현은 지난 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 측이 사용한 "우리가 남이가"라는 것. 이 구호 때문인지 반DJ성 몰표를 주었던 대구·경북이었지만 YS정권 들어서는 가장 먼저 등을 돌렸다.

당시 지역에서 원망과 분노의 대상은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난 DJ를 대신한 YS였다. 이는 96년 제 15대 총선에서 대구에서 몰표를 얻은 자민련의 돌풍 현상을 낳았다. 그때마다 정치권에서는 TK정서가 주목거리였다.

그리고 DJ가 복귀, 출마한 지난 97년 15대 대선에서도 '반DJ 몰표'라는 현상은 재연됐다. 그리고 몰표의 구애(求愛) 대상은 1년 반 전의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급속하게 바뀌었다. 당시 DJP연대의 '나라망친 한나라당'이라는 역구호는 적어도 대구·경북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변화과정을 볼 때 이른바 TK정서란, 현상만으로 볼 때는 반DJ, 반YS정서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TK정서와 역 TK정서가 맞붙고 있는 이 '정서논쟁'이 유독 몰표현상을 많이 나타내는 지역 선거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번 4·13 총선에서도 지난 97년 대선과 98년 6·4지방선거 때처럼 싹쓸이를 재연할까.

지역정서를 업고 있다는 한나라당에서는 대구·경북이 한나라당의 아성임을 보여줄 것이라며 '역시나'를 생각하고 여타 정당에서는 '혹시나'에 기대를 걸고 있다.李東寬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