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끌려다니는 韓·中 漁協 외교

한·일 어업협정 실패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번에는 한·중 어업협정에서 꼭 같은 실수가 되풀이, 우리를 분노케 하고 있다. 한·일 어협에서 그랬듯이 한·중 어협에서도 정부는 뻔한 사실을 끝내 부인, 어업외교의 수준에 대한 불신감과 허탈감만 더하고 있다.

한중어협 가서명 당시 양국의 국내법을 상호 존중하기로 한 것이 빌미가 돼 어업협정의 타결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중국이 한중어협가서명 직후인 99년 3월 양쯔강 하구수역에서의 조업금지 규정을 국내법으로 제정, 이를 근거로 조업중인 우리 어선의 철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중국측의 국내법 제정을 제때에 파악, 대처하지 못한데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전혀 근거가 없다"는 식으로 보도에만 신경을 쓴 것은 어떻게 해서든 국민의 눈만 가리겠다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실상 정부는 한일어협은 문제수역에 우리측의 어획량이 많은 만큼 천천히 늦추고 한중어협은 중국 어획량이 많은만큼 조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도 어떻게된 셈인지 일본과는 독도 문제를 대충 얼버무리고 일본측 수역에서는 어망을 버리고 쫓겨나다시피 비준을 발효시켰다. 반면 중국과의 협상에서는 중국의 「만만디」 전술에 휘말려 조약이 가서명된지 1년4개월이 돼도 인준하지 못한 채 우리의 황금어장에 중국어선이 새까맣게 몰려와도 속수무책인 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결국 우리는 여기서 협상 당사자인 해양수산부가 국제법상 전문성이 떨어지고 외교부는 어장과 어자원의 우선순위 의식이 결여된 채 협상에 나서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를 지적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 한·일 어업협상때 일본측 협상실무자가 우리나라의 어업 현장을 현장답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비해 우리는 너무나 대외협상력의 부족과 협상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점이 지적된 바 있거니와 이번의 한·중어협에서도 이러한 미비점은 조금도 보완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만큼 때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한·중어협에서만은 일단 중국측에 협상 타결 시한을 제시하고 시한이후 한국측 수역에서 어로 작업을 하는 중국측 어선을 강력히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기선을 제압한후 양쯔강 하구에서의 우리 어선의 조업문제에 대해 중국측과 협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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