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가 막 닥쳤던 1997년 말. 어느 술 회사가 병안에 매실이 다섯알이나 든 매실주를 내놨다. 일식당이나 고급 주점을 겨냥해 만든 술. 하지만 IMF의 된서리를 맞으면서 오히려 가정용으로 더 잘 팔려 나갔다. 병안의 매실이 효자노릇을 한 것.
예나 지금이나 매실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의료수준이 낮았던 시절부터 매실은 가정 상비약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미성숙한 과일인 매실은 그냥이 아니라 오매(烏梅) 백매(白梅)로 만들어 먹는다. 백매는 푸른 열매를 소금물에 담가 열흘쯤 뒀다가 건져 말려 표면에 흰가루가 끼게 한 것. 반면 오매는 덜 익힌 매실의 씨를 빼고 말린 다음 짚불 속에 넣어 까맣게 태워 만든다. 한의학에서는 오매를 약제로 많이 쓴다.
오매는 맛이 시고 성질이 따뜻하다. 수렴하는 효능을 가지며, 피나 침 같은 진액을 만들어 주어 만성 기침, 열 나고 가슴 답답한 변열, 갈증, 만성 설사, 오래된 이질 등을 치료한다. 또 회충 때문에 일어나는 급성 복통에 효능을 발휘한다.
백매는 시고 떫고 짜다. 하지만 성질은 평하다. 후비(인두염), 설사 후의 갈증, 인두의 이상 감각, 옹저종독(癰疽腫毒)을 치료하며 외상 출혈을 그치게 한다. 매실에 들어 있는 유기산은 위장의 작용을 활발히 하고 식욕을 돋구며, 피클린산은 간 기능을 강화하고 숙취 해소와 피로회복에 좋다고 한다.
그러나 오매는 수렴하는 성질 때문에 열이 있거나 염증이 있는 등 사기(邪氣)가 실할 때는 먹지 말아야 한다. 또 많이 먹으면 뼈나 이를 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수경(허한방병원 진료6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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