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산-보폭은 '짧게' 속도는 '대화나눌 정도'

50대 후반의 박씨.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등산을 시작했다. 매주 등산을 다닌 박씨는 머지 않아 산을 비호같이 오르내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팔공산 동봉쯤은 20대 못잖게 빨리 오를 수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어느 일요일날, 등산에서 돌아온 뒤 집에서 나쁜 일을 당했다. 과장된 얘기라고? 3년 전에 대구에서 있었던 실화이다.

보통의 등산은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가 필요 없으며, 연령에 관계 없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야외 운동이다. 봄기운도 만끽하고 심신도 단련할 수 있는 최상의 운동인 셈. 노화기에 접어들어 약해지기 쉬운 뼈를 튼튼히 하고, 비타민D 합성을 촉진해 골다공증도 예방할 수 있다. 걷기가 부족한 현대인의 하체를 강화하고, 심폐기능을 향상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평소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 중년 이상의 사람 등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혈압이 높다면?

혈압이 높거나 관상동맥 등 순환기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잘못 등산을 하면 해를 입을 수 있다. 거친 호흡과 땀 때문에 몸의 수분이 많이 빠져 나가면 혈액이 농축돼, 뇌와 심장의 혈관을 막는 위험 요인이 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초기 증상은 가슴이 답답한 것. 뇌졸중은 두통과 구역질을 동반한다. 그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휴식에 들어가야 한다.

성인병 환자들은 응급약을 갖고 등산해야 한다. 천식환자는 흡입용 기관지 확장제를, 협심증 환자는 니트로 글리세린 설하정을 준비해야 하며, 당뇨환자는 저혈당에 대비해 사탕.초콜릿.과일 등을 준비해야 한다.

◇속도가 중요하다

중년 이후의 산행에서는 속도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숨이 차 헉헉거리며 산을 오른다고 운동효과가 큰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은 친구와 이야기해 가며 그런 속도로 오르는 것이다. 평상시 보다 20%정도 늘어난 맥박수를 유지하면 심혈관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

보폭은 평지에서 보다 훨씬 줄이자. 호흡과 속도를 가능한한 일정하게 유지하며 걸어야 한다. 평지의 절반 정도 속도면 좋다. 경사에 따라 다르지만 2, 3㎞정도를 40~50분에 걷는 것이 적당하다.

◇등산 중에 담배?

등산 중에 담배를 피우면 가뜩이나 힘든 심장에 큰 부담을 준다. 산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연료'를 태움으로써 에너지가 공급되도록 한다. 만약 담배를 피운다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산소의 일을 방해한다. 헤모글로빈과의 결합력이 산소보다 250~300배나 강하기 때문. 담배를 피우는 일은 산소 부족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바로 그것이다.

◇무릎도 생각해 주라!

등산을 해서 가장 흔히 얻는 것이 무릎관절 손상. 뚱뚱한 사람이 살 빼노라고 등산 하다가 무릎 연골 손상으로 고생하는 경우는 더 많다. 무릎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걷기 전에 무릎을 충분히 풀어주고, 내리막길에서는 앞발 끝부터 내디딤으로써 체중에서 오는 충격을 줄여야 한다.

초보자에게 적당한 등산량은 20% 경사길을 자기 힘대로 40~50분(휴식시간 포함) 걷는 것. 초보자는 3시간 이상 걷지 않도록 하며, 배낭 무게를 줄이고, 30분 걸은 뒤 5~10분 휴식해야 한다. 등산이 끝난 뒤에도 무릎 통증이 계속되면 산행이 너무 길다는 신호. 다음부터는 걷는 양을 줄여야 한다. 무릎 주변에 얼음 찜질을 하면 통증 완화와 염증 진행 방지에 도움이 된다.

◇주 1회 몰아치기?

대부분 직장인들은 등산할 시간 여유를 내기 힘들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산행하는 것이 일반적. 이렇게 하면 초보자들은 등산 후 2~3일간 심한 근육통과 피로에 시달린다. 등산을 주 1회 할 경우, 주중 3일 정도는 조깅, 줄넘기, 야산 오르기, 자전거 타기, 빠르게 걷기 등의 가벼운 운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근육통과 피로를 이기고, 건강증진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글. 李鍾均기자, 도움말.이원재 교수(계명대.운동처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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