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테옹(Pan theon). 원래는 다신교의 도시 고대로마의 신전이름. 팡은 '모든', 테옹은 '신' 즉 만신전(萬神殿)이다.
최초의 건물은 미술 지망생이라면 다 아는 석고데생 흉상의 주인공 아그리파(고대로마 정치가)가 세웠다가 무너졌고, 지금 것은 AD 128년 아드리아누스 황제때 지었다. 현존하는 옛로마 최대의 돔건축물이다.
지금은 국민적 추앙을 받는 사람에게 바쳐지는 건물.광장이라는 뜻의 이 '팡테옹'은 파리에도 있다. 루이 15세때 지은 교회가 프랑스혁명때 '팡테옹'으로 불리면서 위대한 프랑스 인물들의 묘소가 된 것이다.
이곳엔 사상가 볼테르와 루소, 작가 졸라와 위고가 누웠다. 실로 팡테옹에 눕기란 쉽지 않다. 지난 96년엔 소설 인간의 조건으로 유명한 문화부장관 앙드레 말로가 사후20년만에, 혁명이후 72번째로 이곳에 묻히는 것이 허용됐다.
그러나 30년전에 죽은 2차대전의 영웅 샤를 드골은 이곳에 눕지 못했다. 4년전 국민적 애도속에 간 미테랑 대통령도 여기 누울 수 없었다. 각기 고향 작은마을에 조용히 묻혔다. 프랑스 사림들에겐, 위대했지만 깨끗했느냐(후손에게 존경받을 만큼)하는 평가의 문제는 당대의 몫이 아니라 후대의 몫이다. 같은 맥락에서 볼때 고박정희 대통령 기념관문제 같은것은 사실 논쟁거리도 못된다. 그의 큰딸이 지금 금배지를 단 신분이 아니라면 그녀는 이 논쟁의 바깥에 조용히 있었을 것이다.동작동 국립묘지와 별도로 우리도 국민적 추앙을 받는 인물들을 따로 모실 '팡테옹'이 있으면 어떨까 싶지만 그것은 곧 희망사항일뿐이라는 자조(自嘲)에서 멈추고 만다.
만약 우리에게 팡테옹이 있다면 누가 여기에 묻힐 수 있을까? 최근 중국 여순감옥의 묘지도가 발견됐다는 안중근 의사는 당연히 묻힐 것이다. 백범 김구? 될 것이다. 유관순 누나?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광수는? 최남선은? 국립묘지에 계시는 이승만.박정희 두 대통령은? 전통 노통은? 글쎄올시다.
그럼 현존하는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세분 '쓰리.킴'은 될까? 역시 글쎄올시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죽은 자든 산 자든 이땅의 대부분의(아니, 명예훼손 운운하고 달겨들지만 않는다면 모든) 정치인은 깨끗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때묻은 정치판의 개혁을 바라는 많은 시민단체들은 이땅에 '팡테옹의 정신'을 생각한다. 정직하고 깨끗한 정치-그러나 유권자들은 그렇지 않은 것같다. 사례 한가지만 들어보자. 20일 선관위가 공고한 후보별 법정선거비용의 전국평균액은 약1억3천만원. 그러나 지금 선거판에선 30당20락이란 소리가 예사로 튀어나온다. 틀린 말일까? 천만에.
지난 97년 7월 포항북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포항지역에 선거자금 같은 돈이 최소 60억, 최대 100억원이 풀렸다는 얘기가 파다했었다. 이때 후보는 이기택.박태준이라는 정치 거물과 정치신인 이병석의 세사람. 이 셋중에 누구누구가 돈골병이 들었다는 얘긴데, 이 극렬했던 돈선거의 편린은 한국은행의 당시 자금흐름에서 들춰진다.
선거전이 불붙은 97년 5.6.7월 한은에서 빠져나간 지역자금(발행액)은 각기 401억, 474억, 435억원. 월별 환수액은 239-174-227억원.
이에반해 96년 5.6.7월의 발행액은 384-436-389억원으로, IMF직전 한창 돈가뭄에 시달려야할 97년의 포항 자금사정이 되레 96년보다 엄청 좋았음을 입증한다. 더구나 선거전이 끝난 97년 8월 한은에서 빠져나간 돈은 239억원, 들어온 돈은 무려 427억원으로 엄청난 선거자금의 부메랑현상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16대금권총선 역시 후보가 조장하고 유권자가 용인하는 공범의 형태로 진행돼 가려한다. 선거판에 뿌려진 돈이 유권자에게까지 돌아오는 몫이 30%가 되면 엄청 성공한 조직이라고들 한다. 결국 유권자는 목돈(세금)주고 푼돈 먹는 꼴이다.
더구나 "막상 현실정치판에 뛰어들어보니 거기엔 돈달라는 선거꾼들의 아우성 뿐이었다"며 출마포기를 선언한 정치 신인들의 분노앞에 유권자들은 양심의 고동침이 있어야 않겠는가.
유권자와 나누는 Y담 한토막. "미운 마누라와 위자료 한푼 안주고 이혼하려면 춤선생 붙여주고, 쳐다보기도 싫은 사내 꼴 안보려면 오토바이 사주기. 그리고 주는것도 없이 미운친구 망하게 하려면 정치를 시켜라…"이런 악담이 판치는 정치판-팡테옹을 지어봤자 입주자가 있을 턱이 없다.
강건태(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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