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대권도전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의 대선후보 러시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금까지 각 당에서 대권도전을 시사하거나 기정사실화 된 대권주자만 해도 두 자리 수에 가깝다. '꿈나무'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두 자리를 훌쩍 넘어선다. 여기에 킹메이커 등으로 대선 정국의 항로를 바꿀 수 있는 유력인사들까지 합하면 이번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이나 다름없다.
이들의 당락 여부에 따라 지역은 물론 중앙 정치권의 권력 지도가 뒤바뀔 수 있고 후보군이 어떤 식으로 포진하느냐에 따라 총선 후 펼쳐질 예비 대선전의 양상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대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것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의 당락여부는 이번 총선전을 '감상'하는 데 주요한 포인트가 될 법하다.
지역에서 대권과 관련된 것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여야를 통틀어 5, 6명 정도다.민주당에서는 김중권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주목의 대상이다. 그는 총선이라는 1차 관문을 통과하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키우고 있다. 당권은 또 대권과 연결된다. 민주당내 신주류의 대표적 인물로 당내 신망도 두터운 편이다. 그는 민주당이 경상도 당이 될 수 있다는 '야무진' 포부도 갖고 있다. 수십년간 축적돼 온 동교동 핵심인사들의 견제를 극복하느냐가 그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 총재라는 단독 선두 주자가 있어 다른 대안을 거론할 분위기가 아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박근혜 부총재와 강재섭 대구지부장 정도를 손꼽는다. 또 이들의 당선과 당내 영향력 확대는 이 총재의 지역에 대한 입감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 총재와 박 부총재, 강 지부장 두 사람의 역학관계는 서로 반비례한다. 한나라당이 확고한 1당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두 사람의 위치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자민련에는 박철언 부총재가 당권도전에 이은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이미 6공 시절부터 차근차근 대망(大望)을 키워 온 박 부총재로서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총선을 통과해 '큰 일'을 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그의 정치역정상 가장 힘든 선거가 될 이번 총선을 통과하기 위한 '총선용' 대권선언이라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막 출범한 민국당으로서는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도 조기에 'SS'로 불리는 이수성 전 총리의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 전 총리로서는 의원직을 바탕으로 SS돌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총선이라는 관문 통과가 먼저다. 통과할 경우 무시못할 바람의 진원지가 되겠지만 실패할 경우 미래는 비관적이다.
한편 김윤환 민국당 최고위원도 그의 정치역정상 가장 큰 고비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 낙천으로 총선에서 당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가 이 고비를 넘어 16대 국회진출에 성공한다면 대권정국의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이번 총선에서 판가름난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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