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주인의식 없는 주인

선거술에 취해 업고있던 어린애가 없어진 줄도 모르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는 웃지못할 선거풍경은 자유당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공화당 시절에는 일부지역에선 지구당개편대회장 입구에 막걸리통을 놓고 초등학교학생까지 한대접씩 퍼마셨던 슬픈 선거를 치른 적도 있었다. 그러나 50년만의 정권교체로 민주화를 이룩하고 국민의 소득수준도 그때보다는 월등하게 높다는 지금은 어떤가. 시대는 바뀌었지만 주권의식 없는 유권자의 마음은 바뀌지 않은 것같다. 16대총선에서 각정당 지구당개편대회와 선거운동과정에서 보인 유권자 추태는 기가 막힌다. 주최측이 돌린 빵을 받으려고 아우성을 치는 장면,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이른바 당원이란 이름의 주민들을 대접하는 모습은 이게 극빈자 위로급식행사를 하는 느낌마저 들게한다.그뿐 아니다. ○○산악회, ××조기회, 향우회, 부녀회 등등… 심지어 일부 종교단체까지 후보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는 모양은 주권재민(主權在民)시대에 주인자격 없는 '더러운 유권자'의 타락된 잔치판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찰청은 이번 선거에서 돈받은 유권자 59명을 적발했고 그가운데 후보예상자로부터 30만원을 받은 구미시의 한 여성회장에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또 일부는 부산의 모정당 지구당개편대회에 참석하는 대가로 일당 1만원과 식사와 술을 대접받고 불구속입건됐다고 한다. 타락되고 못난 주인에 법적 응징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유권자의 타락은 정치권에도 책임이 있다. 자격없는 후보가 돈으로 유권자를 유혹하고 정책대안이 빈곤한 정당들이 정책대결로 선거전을 이끌지못하고 있는데도 큰 원인이 있다. 그러나 고비용정치가 정경유착과 경제위기의 주범이었고 그것이 대부분의 국민들을 고통속에 몰아넣은 것을 생각하면 정치인만 탓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주인이 먼저 주인다운 유권자의식을 가져야겠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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