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총성없는 기술 훔치기

산업스파이 전(戰)은 '총성없는 전쟁, 기술(技術) 훔치기'다. 경쟁 기업간의 문제를 넘어 국가 차원으로 접어든지 오래다. 세계정보기관들은 경제전쟁 첨병으로 활약하는 등 경제 첩보전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60인치 PDP TV(일명 벽걸이 TV)가 독일 프랑크프루트와 인도 뉴델리 구간 항공 운송중 깜쪽같이 사라져 경찰 등 관계 부처에 비상이 걸렸다. 이 제품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첨단 전자 제품전시회를 끝내고 인도 뉴델리 행사장으로 보내졌으나 화물기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흔적도 없이 증발돼 관계자들은 한동안 숨소리도 멈췄다고 한다. 사라진 60인치 PDP TV는 98년 세계 최초로 개발 이후 LG전자가 제작한 5대중 하나. 부품의 국산화율이 92%여서 원가 경쟁력도 높기 때문에 수입의 극대화가 예상되고 따라서 정부가 선정한 99년 10대 신기술 제품이다. 사건 발생 10여일이 지났지만 단서조차 잡지 못해 수사는 장기화 조짐이다. 관계자들은 경쟁사에 넘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기술 유출이 되기전에 체계적인 수사가 필요하지만 발생 지점이 외국이어서 효과적인 대처는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다. 산업 스파이 방지에 대한 각국의 노력은 각별하다. 미국은 CIA내 6개 정보팀을 구성, 외국의 산업 정보 등을 분석, 수집하고 있다. 독일의 연방정보국(BND)도 통독이후 활동영역을 경제분야에 집중, 예상되는 산업 스파이의 활동을 일상적으로 감시, 도청하는 업무도 수행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 정보원도 산업정보분야 인력을 늘리고 정보수집에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그러나 공산권 이외는 삼성.대우 등 대기업보다 별로 나을게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진 국가 진입의 한 요인도 경제 첩보전의 우위 확보다. 뒤지면 그만큼 노력도 빼앗긴다. LG전자 TV 증발 사건은 냉엄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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