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6년 설립 카타르 위성방송 '알 재지라'

남성 중심의 폐쇄사회인 중동 국가들에 '자유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동안 정부나 체제에 대한 비판에 익숙치 않았던 이슬람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변화의 주인공은 '알 재지라' 위성방송이라고 연합뉴스가 현지발로 보도했다. 이하는 그 요약.

'알 재지라'는 1996년 카타르 도하에 설립된 뒤, 3년만에 중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방송으로 성장했다. 미국 CNN 처럼 24시간 세계 곳곳의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전하지만, 폐쇄 중동사회를 외부와 연결시키는 구실만 하는게 아니다. 자유로운 비판이 생생히 전해지는 '토론프로'를 매시간대 후반 30분간 집중적으로 방송,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중동 각국 지도자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여권신장과 아랍의 민주화를 외치는 주장이 가감없이 그대로 이슬람 가정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방송 대부분이 엄격한 정부 통제 아래 놓여있는 것과 뚜렷이 대조된다. 이때문에 일부지역에서는 시청률이 40%를 넘는다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다.

중동 각국 정부들이 거센 반발을 보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이집트 국영방송은 "알 재지라는 섹스.종교.정치를 혼합시키고, 센세이셔널리즘을 가미한 저질 방송"이라는 광고까지 내보내며 그 영향력 확대 저지에 안감힘을 쓸 지경이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알 재지라를 견제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아부다비에 뉴스 방송사를 설립, 고액 봉급의 전문가를 끌어들여 세계 각국에 특파원으로 파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방송내용에 자유가 없었기 때문. 또 사우디 등은 알 재지라의 방송 내용을 방관하고 있는 카타르 정부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알 재지라의 인기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중동지역 유명 앵커와 기자가 속속 모여들어 200여명 방송국 직원 중 카타르인은 행정 및 기술요원 몇 명에 불과하게 됐다. 중동의 다국적 언론인이 모인 '언론자유 혁명기지'로 탈바꿈한 셈. 그 덕분에 이 방송은 아랍권의 다른 방송이 넘보기 어려운 품질과 권위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 방송이 자리한 카타르 정부도 한끝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비판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 "알 재지라는 민간 상업방송일 뿐"이라는 것이 공식 반응이다.

자유를 무기로 알 재지라가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중동지역에 민주화의 태풍을 몰아 넣을 수 있을지 주변에선 주목하고 있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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