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재단에서 운영하던 무료 급식소 '인성의 집'이 주민들의 반대에 밀려 문을 닫았다. 님비현상의 대표적인 예다. 독거노인과 병자.노숙자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하여 무료 급식소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이들 수백 명이 점심식사할 곳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인성의 집이 없어지면서 교회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집'이 주 4회 급식을 주 6회 급식으로 횟수를 늘렸다니 그나마 감사한 일이 아닌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님비현상이 어제 오늘에 있어온 일이 아니어서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제 테두리만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 이기심이 답답하다 못해 딱하기까지 하다. 가진 것을 나눠주지는 못할망정 그 어려운 일 나서서 떠맡겠다는 이들의 사기를 한아름에 꺾어놓아서야 되겠는가. 누가 언제 어떤 사정으로 하여 무료 급식소를 찾게 될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가진 이는 돈을 감당못해 집 한 채 값과 맞먹는 차를 굴리고 멀쩡한 새 아파트 개조공사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하루 밥 한끼를 해결못해 무료 급식소를 찾는 것이 현재의 사회실정이다. 경기가 풀렸다고 매스컴이 입버릇처럼 떠들지만 극심한 빈부의 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햇빛이 있으면 어딘가에 그늘도 끼게 마련이다. 선진사회는 번드레한 부(富)의 형성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그늘을 포용하는 의식의 발전에서부터 기인한다. 모른 척 외면한다고 있는 그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성의 집'이 주민들에게 떠밀려날 동안 관공서는 무얼하고 있었나 하는 부질없는 의문을 던져본다.
한끼의 점심식사에 하루의 희망을 거는 가난한 이들을 종교단체의 온정에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사회복지사가 제아무리 많이 배출된다 해도 이들을 흡수할만한 제반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한갓 무용지물에 불과한 것 아닌가. 장정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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