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포철인사의 언저리

23일로 포항제철과 포철이 직접 관리하는 16개 계열사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가 모두 끝났다. 이번 주총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유상부 회장을 비롯해 임기만료된 임원들이 대부분 유임됐다는 것.

직원들은 "고질적 병폐였던 정치권 외압을 막아낸 것으로 잘된 일"이라는 긍정론과 "대부분 유임으로 끝난 인사는 후진들의 승진길을 막고 인사적체를 부추긴 최악의 주총"이라는 부정론으로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긍정론. 직원들은 역대 주총때마다 상당수 임원들이 정치권 등 외부세력을 등에 업고 본.계열사 핵심요직에 등용된 게 사실인데다 이들로 인해 회사의 일부 업무가 파행적으로 이뤄져왔는데, 낙하산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것. 직원들은 또 이를 완전 민영화를 앞둔 '포철그룹'의 홀로서기가 성공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눈치다.

반면 일부에선 '유임이 대세'라는 분위기에 편승, 눌러앉은 임원도 상당수라며 이같은 인사는 가뜩이나 심각한 인사적체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올해 주총으로 임기 만료된 임원(사외이사 제외)은 17개 본.계열사에서 41명. 이 중 완전히 회사를 떠난 사람은 계열사 고문 2명과 외부영입 감사 1명, 계열사 상무 1명 등 4명에 불과(지난해 계열사로 편입된 삼정강업 제외)했다.

이를 두고 일부 직원들은 "80년대 초반부터 20년 가까이 임원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 것"이라며 장기재직 임원들에 대한 원망도 드러냈다. 또 "입사할땐 임원이 목표였으나 지금은 차장 꼬리표 한번 달아보는 게 소원"이라며 인사적체를 비아냥대기도 한다.

모 간부사원은 "유임 자체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다만 외압을 차단하려다 인사의 전체 줄기를 잘못잡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포항.朴正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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