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 환경론

근대 산업 사회는 인간의 욕구 충족을 위해 자연 생태계를 상당히 파손시켰고, 자연을 생산동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과학 기술의 발달을 한층 더 가속화시켰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 생태계의 무분별한 파괴는 곧바로 부메랑 효과로 나타나 인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급기야 인간과 자연 전체를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제 자연 생태계의 위기는 바로 인간의 위기를 의미하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가 되었다.

현대의 환경 문제는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시각 혹은 태도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을 보는 관점은, 자연을 하나의 거대한 기계로 보는 기계론적 관점과 하나의 유기체적 생명체로 보는 유기체적 관점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기술 지향주의는 기계론적 자연관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기술 지향주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인간 중심적인 관점을 취하고,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자연계의 그 어떤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매우 낙관적 태도를 취한다. 이러한 태도로 말미암아, 기술 지향주의는 환경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접근한다. 인간의 물질적인 욕구 충족이 우선이고 환경 보존이나 자연의 생물학적 권리는 부차적인 것이기에,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계의 파괴나 환경 오염은 불가피하다. 대신 과학의 원리나 법칙을 활용하여 환경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내고 첨단 기술을 개발하여 이들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그 피해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기술 지향주의적 태도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전략이기는 하나,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왔다. 첫째, 기술적 혹은 도구적 합리성에 대한 지나친 맹신과 과학 기술의 발전에 관해 지나친 낙관에 대한 경계이다. 만약 과학이 자연이 지닌 모든 신비를 진정으로 밝혀 낼 수만 있다면, 자연 생태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인 이성이 밝혀 낼 수 있는 자연의 비밀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므로, 이를 완벽하게 밝혀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새로운 기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과학 기술의 이전 범위 안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환경 파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환경에 위협이 되는 요인들이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해 감소되기는커녕, 더욱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전적 질환을 치유하기 위해 개발된 유전공학 기술이 인간 복제와 관련된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은 그 좋은 예가 된다.

생태 지향주의는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그 접근 방식에서 기술 지향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자연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생태지향주의는 유기체적 자연관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유기체적 자연관은 자연을 하나의 생명체와 유사한 것으로 본다. 즉 인간을 포함하여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마치 생명체의 각 기관들이 각자의 존재적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긴밀하게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듯이, 하나의 유기적인 전체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생태 지향주의는 인간이 유용성만을 고려해 맺고 있는 자연과의 단순한 관계를 거부한다.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을 위한 도구적 존재가 아니며, 인간과 동등한 생물학적 권리를 갖는 존재이고, 오히려 인간이 이러한 자연에 의존하여 살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인간이 자연 생태계의 어떤 연결고리에라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경우, 그 결과는 반드시 인간에게로 되돌아오게 됨을 역설한다. 이는 인간이란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법칙에 순리적으로 따름으로써, 자신이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전체 생태계와의 조화를 통한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태 지향주의는 과학과 기술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해서 그 입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 데, 강한(혹은 근본) 생태주의와 약한 생태주의가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과학과 기술이란 그것이 무언이건 근본적으로 인공적인 것이기에, 자연 생태계의 질서에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과 식물 그리고 무생물에게도 동일한 생명력, 곧 살아있는 영혼이 있고, 자연은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자기 정화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자연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는 과학과 기술이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롭기까지 하다는 것이다.따라서, 원래 자연적으로 주어진 그 자체의 질서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인간 삶의 태도임을 강조한다. 한 마디로 반과학 기술주의, 반문명주의, 반도시주의를 표방한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이같은 극단적인 주장을 자제한다. 즉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수용하되, 그것이 자연 생태계와의 조화 속에서 균형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 지향주의는 주로 다음과 같은 비판을 받는다. 즉, 과학 기술의 합리적 행위에 대해 너무 지나친 제약을 가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비판이다. 특히 근본 생태주의의 경우, 현실에 잘 맞지 않는 관념적이고 낭만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 간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규명하는 작업 역시 생태학을 통해 이루어지는 중요한 과학적 활동이며, 이에 근거하여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환경과 과학의 상호관계를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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