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창가에서-냉장고부터 채워라

출근하면서 컴퓨터부터 부팅한다. 온통 인터넷 세상이다. 누구든지 컴퓨터로 접속만 하면 다른 호스트 컴퓨터들로부터 데이터를 받아들여 정보를 입체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양방향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또 전쟁게임을 하고 너스레까지 주고받는 것도 인터넷의 힘이다. 모 고교에서 학교급식으로 학생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렸다는 사실도 학생들이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세상에 밝혀졌다. 이젠 '닷컴(.com)'이 세상을 바꾼다는 데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것같다.

지금은 닷컴세상

불과 5, 6년 사이 인터넷이 이렇게 발전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93년 미국에 초고속 국가정보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50억달러 지원을 확보한 고어 부통령은 "앞으로 10년간 컴퓨터에 의해 무엇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또 그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폴 길스터는 95년 미국의 인터넷 접속 인구를 1천500만으로 추계했고 매년 100%씩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도 인터넷 접속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는 관계 전문가들의 추산속에 인터넷 서바이벌 게임이 벌어져 인터넷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고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 만큼은 앞서 가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부와 대학 연구소, 기업체 등이 정보화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대, 삼성, LG, 한화그룹 등 대기업들은 인터넷 관련 기술개발 및 기업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결을 통한 전자상거래망 구축 등 인터넷 시대의 생존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계획세우면 이미 늦어

지난해 4월 정보통신부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2002년까지 민간부문을 포함해 총 28조원을 투자해 정보통신분야를 고도화 및 고속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앞서 94년 김영삼 대통령 때는 2010년까지 초고속 국가정보통신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터넷을 정부가 계획을 세워 발표할 때면 벌써 상황이 바뀌어 버리는 인터넷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여 안타깝다. 미국은 지금의 속도보다 1천배나 빠른 통신망을 구축 중이다.

실제 사정은 더욱 나쁘다. 지금은 전국이 총선으로 분주한 때. 우리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 수준은 아직 20일밖에 남지 안은 총선에서의 인터넷의 역할을 의심하게 한다. 그나마 홈페이지를 장만한 의원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당장 궁금한 자료들이 인터넷을 통해 구하려면 도대체가 없는 의원이 더 많다. 국회의원이 이 정도이고 보니 여타 분야의 인터넷 콘텐츠는 물어보나 마나이다. 지금 인터넷 상에서 접속되는 정보의 80%가 영어권이고 그래서 우리에게도 느닷없이 '영어공용화' 논의가 일기도 했던 이유다.

국민적 열정 필요

인터넷은 정보의 고속도로다. 인터넷 뉴스가 지구촌 곳곳의 소식들을 실시간 전달해주면서 독자들의 반응을 전달하고 있지만 내가 찾는 내용물이 없으면 나에겐 무용지물이다. 마찬가지로 국제화 시대에 '우리'를 상품화하고 그 상품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 쉽게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곳곳의 인터넷 접속 네티즌들은 결국 인터넷으로 접속되는 현상만으로 '우리'를 평가하는 시대가 눈앞에 오고 있는 것이다. 비록 우리 정부가 정보통신망 구축에, 기업과 대학연구소 등에서 인터넷 콘텐츠 만들기에 열성을 보여도 전체 국민들의 열기가 없으면 우리는 또다시 산업화 시대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누군가가 기자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인터넷에 한번 연결해 보시라. 과연 그곳 어디에서 기자의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는가. 기자가 기자에 관한 자료들을 담아놓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는 것이 인터넷이다. 정보화 시대에 우리 모습을 제대로 담아 알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다.

글을 쓰면서 시원한 맥주가 생각난다. 그러나 냉장고를 열어보니 맥주는커녕 찬물도 없었다. 내가 넣어두지 않았으니 없는 것이 당연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