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지하철 사고는 인재 아닌 천재?

'이같은 사고는 우리나라 여건상 기술적 관점에서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사고로 분석된다'

지난 1월22일 발생한 신남네거리 지하철 붕괴사고와 관련 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와 자문교수단이 2개월간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는 '인재가 아닌 천재'였다. 설계와 시공은 완벽했으나 공사구간 주변의 지질이 '이상 지질'이어서 발생한 사고였다는 것이다. 이로써 시공사인 삼성건설과 발주처인 지하철 건설본부는 면죄부를 받았다.

그러나 신남네거리 지하철 붕괴사고의 안전진단 결과는 기자들로부터 거센 공박을 당해야 했다. 전문가 진단이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사고'라면 앞으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지하철 완공뒤에 이런 사고가 난다면 그 피해규모는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 건설안전기술협회와 자문교수단은 이와 관련 "공사여건상 지하철 노선을 따라 100m간격으로 굴착, 지질을 조사하고 노선 배후의 지질은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항력이란 표현을 썼다"고 군색한 해명을 했다.

건설안전기술협회와 자문교수단은 부실시공 여부에 대한 진단도 자신이 없는 인상이었다. 붕괴사고 원인은 '이상 지질'탓으로 돌리며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부실시공 문제는 "설계도대로 시공돼 있었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하지만 사고발생뒤 추가붕괴 우려로 사고구간을 메워버려 전체적인 점검은 하지못했다고 밝혀 정확한 부실시공 조사가 불가능했음을 시인했다.

그래도 못믿겠다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자, 자문교수단의 한 교수는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내세우며 "전문가를 믿지 못하면 누구를 믿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다른 한 교수는 "자연재해와 천재지변을 줄이는 것도 기술자의 몫"이라면서 "많은 사고현장을 접했지만 이번 만큼 결론내리기 어려운 사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두리뭉실한 전문가 진단을 보면서 신남네거리 지하철 붕괴사고,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 등 '사고철' 대구지하철은 계속 미궁속을 달려야 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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