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그룹 후계구도 확정까지

"정씨 가문의 혈통은 몽구가 잇는다. 그룹은 몽헌이 승계토록 한다"

현대 안팎의 인사들은 24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정몽헌 단독 회장 체제발표를 보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이렇게 읽었다.

정 명예회장이 경영자로서의 대통을 MH(정몽헌 회장의 영문 이니셜)에게 잇게 하고 MK(정몽구 회장의 영문 이니셜) 회장에게는 자동차부문만을 맡기는 대신 자신이 42년동안 살아온 청운동 집을 물려줬다는 해석이다.

◇1라운드: MH의 공동회장 등극= 10여년간 정세영(鄭世永) 전 회장에게 위임했던 그룹 회장직을 정 명예회장의 사실상 장남인 몽구 회장에게 물려준 것은 지난 96년 1월. 현대의 적통은 장남이 잇는 듯했다.

그러나 98년 1월 5남인 당시 그룹 부회장이던 몽헌씨가 그룹 공동 회장으로 등극하면서 두 사람의 경쟁은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2라운드: 자동차로 날개 단 MK= 98년말 현대의 기아자동차 인수와 99년초 MK의 자동차 경영권 접수는 두 형제간 경쟁에도 미묘한 변수로 작용했다.

MK는 현대그룹 회장이면서도 사실 이렇다할 계열사를 거느리지 못했던게 사실. 하지만 기아를 포함한 거대한 자동차부문을 거머쥐면서 일약 자신의 입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그룹의 후계구도도 어느정도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99년초 발표한 자동차(MK)와 전자, 건설(MH), 중공업(정몽준 의원.6남), 금융 및 서비스 등 5개부문으로의 그룹 분리 방안이 그것.

◇3라운드: MH 역쿠데타에 무너진 MK 쿠데타= 상반기로 예정된 자동차부문 계열분리를 앞두고 몽구 회장측이 초조했던 것일까.

MK는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을 겨냥했다. 이 회장은 MH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될 뿐 아니라 무주공산으로 여겨지는 금융부문 핵심 계열사인 현대증권을 이끌고 있던 인물.

따라서 이 회장을 밀어내는 것은 금융부문 장악 및 형제간 경쟁에서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는 셈이다.

최근 이 회장이 고려산업개발 회장으로 내정되고 정 명예회장이 청운동집까지 몽구 회장에게 물려주자 게임은 끝난듯 했다.

그러나 MH의 반격은 매서웠다. 이 회장 전보 인사가 공식 발표되는 것을 끝내 막아냈고 아버지에 대한 설득을 시도했다.

전세가 급변한 것은 인사 파문이 발발한지 꼭 열흘만인 24일. 23일 귀국한 이회장은 현대증권으로 당당히 출근했고 24일 귀국한 몽헌 회장을 현대 계동사옥에서 만나 두사람은 정 명예회장의 가회동 새집으로 향했다.

MK의 쿠데타에 대한 MH의 역쿠데타가 '왕회장'의 최종 추인을 받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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