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문열씨 신작-'아가-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작가 이문열씨가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으킨 소설 '선택'이후 3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이문열 문학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평가받는 신작 '아가-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민음사)는 작가의 고향에 실재했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 인물에 대한 작가의 막연한 인상과 두어가지 에피소드에다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작품. 작가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여인인 주인공 '당편'의 희극적이면서도 슬픈 삶의 진상을 마치 옛 이야기처럼 들려준다.

화제작 '선택'이 여성의 미덕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반영한 소설이라면 신작 '아가'는 사회속의 한 개인이 그가 속한 사회속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며, 어떤 기호로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고향을 떠난지 이십년이 넘은 산골마을 또래인 '우리들'은 어느 해 초등학교 동창회때문에 다시 고향에 모인다. 이미 귀밑머리 희끗한 중년이 되어 다시 모여 술잔을 기울이다 모두 반푼이 '당편'의 행방 에 대해 궁금해한다. 부모 이름도 고향도 자신의 성도 모르는 당편이는 해방직후 열대여섯살쯤 고향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녹동댁 대문께에 버려졌다. 소아마비 탓에 손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고 지능은 예닐곱살 난 아이 같았다. 구루병 증상이 있어 목이 짧고 굽었으며 키는 작고, 길쭉한 얼굴이 가슴께까지 닿아 있었다. 당편이 녹동댁에 들여진후 작은 산골마을 부락공동체의 구조와 심성이 어떻게 당편이의 자리를 마련하고, 어울려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작가는 우리 현대사를 가로지르며 불구인 한 존재와 주변인물들의 인생유전을 통해 다른 존재들간 관계 맺음의 문제를 짚어보고 있다.

몸과 정신이 온전치 못해 놀림감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당편의 애환과 파란만장한 인생을 되짚어가는 동안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한 개인의 단절과 소외의 문제를 얘기한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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