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머피의 법칙은 '(주식을)사면 하한가, 팔면 상한가'라던가.
지지리 복도 없는 한 남자의 처량한, 그러나 작은 행복을 찾는 얘기 '시암선셋'(Siam Sunset·99년)이 이번 주 개봉했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
주인공 페리(라이너스 로치)는 영국 컬러회사의 중견 연구원이다. 아내와 신혼여행에서 본 태국의 불타는 저녁놀 '시암(태국의 옛 이름, 샴) 선셋' 색을 만드는 것이 소원. 어느 날 오후 뜰에서 아내와 함께 있다 날벼락을 맞는다. 하늘에서 냉장고가 떨어져 사랑하는 아내가 즉사한 것. 운송 중이던 항공물품에 맞아 죽는 기막힌 일이 자신에게 벌어진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머피의 법칙'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심각한 '페리의 법칙'에 휘말린다. 하늘을 날던 비둘기도 그의 옆에선 벽에 부딪혀 죽고, 길 가던 노파도 그가 지나가면 이유 없이 계단을 구른다. 간밤엔 덤프트럭이 방안에 쳐들어오고, 사막에 홍수까지 난다.
우연히 빙고게임에서 당첨돼 받은 티켓으로 호주 여행길에 오른다. 고물버스에 괴팍한 운전기사와 주책스런 승객들…. '페리의 법칙'은 여전히 계속되지만 아내에 대한 추억으로 그는 '시암선셋' 만들기에 열중한다.
여행 중 그의 '불운 행로'에 한여인이 끼여 든다. 매력적인 여자 승객 그레이스(다니엘 코맥). 그러나 그녀는 갱의 애인. 불같은 돌깡패가 쫓아오고 있는 중. 도대체 언제까지 불운이 계속될 것인가.
호주영화 '시암선셋'은 생기가 흐르는 영화다. 비현실적인 불운의 코믹함, 자기만의 행복에 사는 소시민 캐릭터들, 반지르한 할리우드영화와 달리 오랜만에 보는 투박스런 맛도 영화의 맛을 살려준다.
어떤 계층,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이 느끼는 행복의 양과 질은 같다고 했다. 우리가 느끼는 불행, 불운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감독 존 폴슨은 "행복이 뭐 별건가?"라는 투로 온갖 신의 방해 끝에 행복('시암선셋')을 찾는 페리를 '연단'에 내세운다. 아내의 청천 벽력같은 죽음에 대한 얘기를 듣던 그레이스의 반응. "깔깔깔…웃어서 미안해요. 그런데 그게 가정용 냉장고였나요?"라는 대사는 짓궂기가 이를 데 없지만 나름대로 곱씹게 만든다.
감독 존 폴슨은 지난 83년부터 감독과 배우로 활동해왔으며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호주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 배우로서 능력도 인정받아 현재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 '미션 임파서블 2'에 출연중이다.
'시암선셋'을 부각시키기 위해 '바탕화면'의 톤을 조절하는 등 감독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참고로 '시암선셋'은 영화 초반부 소책자에 보이는 색깔이다. 상영시간 92분. 18세 관람가.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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