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관치금융 없다는 현실인식

김대중 대통령은 "관치금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과거에는 주식 한 주 없는 정부가 은행간부를 임명하고 경영을 좌지우지 하고 그래서 부실대출이 이뤄지는 등 관치금융이 심했지만 국민의 정부에서는 단 한 건도 그런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또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도 최근 여러 신문에 광고를 내 이와 같은 주장을 했다. 민주당도 국민은행장 선임문제는 오히려 대통령의 이종사촌이 행장이 못되도록 하려다 생긴 것이지 관치금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과연 관치금융이 없는 것일까. 적어도 국민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신문보도만 봐도 전화로 내려오는 의사표명 등 정부쪽의 의향이 전달되는 채널이 있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명단을 올려 사실상의 내락을 받는 일은 없다고 한다. 대신 감(感)을 잡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눈치로 하니 더 혼란만 가져오니 차라리 과거처럼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겠다"하는 푸념이 보도 된 일도 있었다. 그리고 특정지역 은행장 등 간부들이 국민의 정부 이후 갑자기 많이 진출 하는 것은 왜인가. 관치의 영향이 아니고 우연이거나 능력인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대출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관치의 증거가 나돌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대출청탁이 없었다고 하는 은행간부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인식도 "정부는 은행은 물론, 증권회사 투신사 인사에까지 개입하고 있다"와 "금융자금 66조원을 정부의 말한마디에 움직여 구치(口治)금융이라고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은행 신임행장에 대통령 이종사촌이 안되게 하려는 것까지 좋았다고 보나 그 이후 문제인 것이다. 또 금융관련 고위인사가 "국민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노조가 반발하고 있지만 절대로 물러서지 말라고 (신임행장측에)얘기했다"고 한 것은 정부의 개입이 아닐까.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고 "사외이사 임기는 1년으로 해야한다"는 등등의 의견을 내놓는 것은 경영 간섭이 아닐까.

지난해 옷로비 사건때도 대통령은 '국민의 여론은 그렇지 않다'면서 국민의 여론과는 다른 발언을 했다. 관치금융문제 역시 국민의 인식과는 다른 발언을 한 것이다. 이는 분명 보좌진의 보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따라서 보고과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현실인식은 국가적으로 볼 때 너무나 중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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