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5시. 계명대 성서 캠퍼스 대학원 4층 대형 세미나실. 80여명의 교수·학생들이 세미나실을 메우고 있다. 20년을 지켜온 계명대 철학과의 '목요철학 세미나' 현장. 캠퍼스 이전으로 대명동 캠퍼스의 작은 강의실에서 이곳으로 옮겨오긴 했으나 20년 세월을 매주 목요일(학기중) 변함없이 지켜왔다.
352회차인 23일의 주제는 '횡보 염상섭 소설의 근대성'. 계명대 문예창작과 김원우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철학'과는 다소 거리가 먼 주제. "초기에는 철학적인 주제를 주로 대상으로 했으나 최근들어서는 특정 분야의 주제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한자경교수의 설명이다.
'목요 철학 세미나'가 처음 열린 것은 지난 80년 10월. 암울하던 시기였다. 당시 계명대 철학과 변규룡, 백승균, 하기락, 김영진 교수 등이 '철학의 대중화, 대중의 철학화'를 내걸고 '목요 철학 세미나'의 닻을 올렸다. 첫 주제는 '아가페와 자비'. 그 다음 주제는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이데올로기 논쟁이 극에 달했던 시절, 세미나엔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 이데올로기의 종언과 더불어 최근들어 관심은 많이 줄었지만 요즘도 적게는 60~70명, 많게는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목요일이면 세미나실을 찾는다.
'그곳에 가면 철학이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외래 유명 연사를 초청하는 것도 드물지 않다. 세계적인 석학 하버마스와 김지하 시인을 비롯, 수많은 저명인사들이 목요일의 강연에 참여했다. 20년 세월이 만들어낸 성과. 4월27일엔 박노해시인이 이곳에서 'I·T혁명시대, 참사람의 길'에 대해 강연한다.
역사, 문학, 음악 등 수많은 문제들이 그동안 발표되고 토론됐다. 그 결과물은 몇권의 자료집으로 나왔다. 인간과 신, 권력과 권리, 자연과 환경, 자아와 자유 등 수많은 문제들이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조명됐다. 최근에는 '목요철학 선택'이란 첫 계간지도 창간했다. 20년 기념 사업 중 하나. 올 가을에는 20년을 기념하는 특별 세미나를 계획하고 있다.
한교수는 "새로운 다양한 문화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그럴수록 시대정신을 통찰해야 하는 철학적 과제는 더 절실하다"며 "이 세미나가 학교와 지역사회에 지성의 불길을 지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鄭昌龍기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