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미주의 원조-오스카 와일드

유미주의 문학의 비조(鼻祖:창시자·원조), 현대문학의 길을 튼 작가, 근세 최초의 호모 섹슈얼리스트….

아일랜드태생 영국작가 오스카 와일드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올해 그의 사후 100주년을 맞아 와일드 문학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기획되고 있고, 국내서도 그의 주옥같은 산문들을 모은 '아름다움에 관한 성찰'이 강주헌씨의 번역으로 살림출판에서 나왔다.

'예술이 삶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예술을 모방한다'는 예술지상주의를 신봉한 와일드는 행동적 유미주의의 미학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한 작가다. 그의 탐미주의적 입장은 20세기 들어 다다이즘, 표현주의, 환상문학에 이르기까지 현대예술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국정교과서에 '행복한 왕자' '이기적인 거인' 등의 동화가 실릴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다.

1878년 시 '라벤나'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특유의 독설에 찬 글로 당대 청교도적 도덕관을 조롱하는 등 가는 곳마다 격한 논쟁을 불러 일으킨 그는 영국 문단의 이단아였다. 그의 도저(到底:깊고 철저한)한 유미주의 사상은 현대적 모럴을 이끌어내는 기관차 역할을 했지만 19세기 경직된 청교도 사회에서는 이단시돼 격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스승과 제자간의 이단적 사랑을 그려 도덕성 논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급기야 귀족 미소년 알프레드 더글러스와의 동성애 스캔들로 2년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영국 국적도 박탈당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세바스티앙 멜모스라는 가명으로 유럽을 떠돌다 1900년 뇌수막염으로 쓸쓸한 최후를 맞았다.

영욕이 교차되는 그의 비극적 삶은 현대에 들어 세인의 관심을 모았다. 1960년대 이래 '오스카'(1986년)와 '와일드'(1997년) 등 여러 편의 영화와 방송을 통해 꾸준히 재현되어왔다. 하지만 와일드가 영국 정부에 의해 공식 복권된 것은 사후 98년만인 지난 1998년 11월이었다.

이번에 번역출간된 산문집에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콩트와 동성 연인 더글러스경과의 서신이 실려 있어 100여년전 와일드와 그의 문학을 둘러싼 논란의 전모를 엿볼 수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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