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군사 불가사리'우려…'경제개혁'희망

블라디미르 푸틴(47) 러시아 대통령 당선자(현 직무대행)를 바라보는 눈길은 두가지로 엇갈린다. 일부 평론가들은 "러시아와 세계는 분명 기대와 두려움 속에서 푸틴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어쩌면 푸틴 스스로도 무엇을 할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두가지 엇갈린 시각= '강력한 국가건설' '경제개혁' 등을 내세운 그를 상당수 러시아인들은 '희망의 메시아'로 생각해 기대에 부풀어 있다. 러시아는 지난 10여년간 경제의 쇠락, 부정부패 및 무능으로 점철돼 왔다. 그러나 푸틴은 종전의 지지부진 쇠약했던 지도자들과 달리, 강력한 리더임을 과시함으로써 이번에 승자가 됐다. 자국 내의 여러 문제가 일단은 한 줄기의 관심사이다.

다른 하나는 국제 관계. 비록 헝클어지고 쇠락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군사 강대국이다. 이때문에 그의 성향상 또하나의 '전체주의자'가 등장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세계에 긴장이 다시 높아지는 것 아니냐, 한반도는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하는 것은 국제 관계에서 던져지는 우려이다.

◆스파이의 화려한 변신= 푸틴의 가장 두드러진 경력은 1970∼80년대 동독에서의 KGB 중견간부로서의 활동이다. 그때 그는 첩보요원 모집과 동독과의 정보 조율 업무를 담당하며 정치에 눈떴다. 1975년 레닌그라드 국립대학 졸업 직후 KGB에 들어 갔었다.

푸틴은 공산당이 몰락한 1990년 정치에 데뷔했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그(당시 레닌그라드) 시장 선거 출마자를 도왔던 그는, 소브착이 시장에 당선된 후 이 도시의 대외 경제관계위원장 및 부시장을 맡았다. 이때 그는 행정력과 협상력을 발휘해 외자를 유치하고 사회 기반시설을 확충함으로써 페테르부르그를 경제 중심지로 부흥시켰다.

1996년엔 모스크바로 진출했다. 이때 시장 재선에 도전한 소브착이 실패하자 더 큰 무대로 옮겼고, 이어 대통령실 총무·행정 부실장으로서 해외자산 관리업무를 맡았다. 그의 상사들은 부정의혹에 시달렸지만 그는 청렴성을 인정받았다.

덕분에 1998년엔 옐친 대통령에 의해 FSB(연방보안국, KGB 후신) 책임자가 됐다. 또 그 다음해엔 총리로 격상됐다. 총리가 되고서는 모스크바 아파트 폭탄테러 등을 계기로 체첸전을 감행, 일약 최고인기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푸틴의 명(明)= 침체된 러시아는 푸틴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페테르부르그에서 보여 준 능력, 총리로서 보여줬던 결단력과 추진력 등이 기대를 모으는 핵심이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화가 나도 침착성과 냉정함을 잃지 않는 태도도 돋보였다.

또 최근엔 조세 개혁과 중소기업 진흥 및 외자유치, 토지 사유화문제 등에서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개혁주의자의 호감을 샀다. 지지자들은 푸틴을 "강력하고 정직하며 유능한 전문가"로 묘사하고 있다.

◆암(暗), 불투명한 미래= "강력한 정부와 군대를 이끎으로써 러시아의 번영을 약속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 자체가 가장 위험시 되고 있다. 언론통제 강화, 환경주의 비판, 인터넷 통제 등 지금까지 총리로서 해 온 선택은 그가 철권을 휘두르는 '새로운 차르(황제)'로 변모할 것이라는 우려를 더욱 짙게 한다. 그는 선거기간 중에 벌써 '법에 의한 독재' 'KGB 출신 중용' 등을 언급하기도 했었다.

그가 지휘했던 1996년 페테르부르그 시장 선거는 온갖 협박과 부정으로 얼룩졌고, FSB 부장 시절의 숙정작업은 '옐친 사조직화' 작업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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