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3평 아파트에 전세 임차인이 3명

'주택 경매신청만 들어가면 없던 전세 임차인들이 줄줄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담보로 잡은 주택을 경매해온 은행들이 최근 부쩍 늘어난 '위장 전입자' 처리에 부심하고 있다.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임차인 보호를 위해 방 1개당 1천200만원씩 우선 변제한다는 소액임대차보호규정을 악용, 가장 임차인을 내세우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

국민은행 대구본부가 배당 이의신청을 통해 잡아낸 위장 전입자 실태는 바로 법적 제재를 받아야 할 정도. 방 6개 주택에 세들어 사는 가구가 3가구인 경우는 약과이고 방 4개의 43평 아파트에 전세 임차인이 세 집이나 되는 경우도 있다. 친인척이나 아들 친구는 물론 집주인의 친 딸이 임차인으로 전입신고돼 있는 곳도 있고 기숙사내 방 한 칸을 직원들이 천만원에 전세 산다는 공장도 있다.

은행은 이들 대부분이 배당금을 빼돌리기 위해 집주인이 내세운 가장 임차인으로 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대출연체로 인한 경매처분이 늘면서 위장 전입자 신고도 급증, 이 은행의 경우 전체 주택경매 물건의 30%에 이르고 있다.

대응도 만만찮다. 경매신청 직전 집중적으로 전세 전입이 이뤄진 경우, 근저당 설정 등이 많은데도 전세 들어간 경우, 아파트에 신고된 여러 전세 임차인 등은 일단 허위로 보고 현장탐방 등을 비롯한 철저한 조사를 펴고 있다. 성공률은 90% 이상이라는 게 은행측 설명.

최근들어선 사법당국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달초 은행들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가장 임차인을 내세운 집주인 등에 대해 사문서위조 혐의로 형사처벌하는 것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대구본부 김진희 자산관리팀장은 "대출 때 방 1개마다 임대보증금 1천200만원씩 공제하는 것을 불평하는 이들이 많지만 위장전입 사례가 늘고 있어 은행으로선 어쩔 수 없다"며 "가장임차인을 내세운 악덕 집주인 때문에 선량한 이들이 담보가치보다 적게 대출받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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