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우사육 기반 붕괴여파

한우 사육 여건 변화에 따라 도매시장과 함께 산지 소값을 결정하는 양대 축인 농촌 우(牛)시장의 존립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수송수단의 발달과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에 따른 직거래 허용 등으로 가뜩이나 거래가 위축되어 온 우시장이 WTO협정에 따라 2001년 수입 쇠고기시장 완전 개방 등을 우려한 한우 사육 농가 급감이란 큰 악재(惡材)를 만나면서 더욱 입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시장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은 지난 95년 농림부가 규제개혁 차원에서 우시장 거래 뿐만 아니라 축산농가에 소상인들이 직접 방문해 한우를 구입할 수 있는 '문전(門前) 거래'를 허용한 것이 그 출발점.

부업 축산 농가의 경우 문전 거래를 하면 소시장에다 내다 팔 경우의 수송 비용 절감에다 마리당 3천~8천원까지 운영 주최인 축협에 지불하는 수수료 경비도 줄일 수 있다는 이점 등에서 이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또 수송수단이 발달하고 50두 이상을 키우는 전업 축산 농가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소 상인들이 많아 좀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서울 등지나 자기 지역을 벗어난 인근 '큰 시장'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그 충격파는 일단 규모가 영세한 우시장에 먼저 찾아왔다. 도내 32개 우시장의 경우 경주·김천·영주 등지의 큰 시장은 이같은 상황 변화에도 일정 명목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청송 등 규모가 작은 나머지 20여 우시장은 적지 않은 타격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타격은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에 따른 사육두수 격감 및 불안 심리로 인한 사육기피 현상. 전국의 한우 사육농가와 한우두수, 가임 암소 등이 급격히 감소해 아예 한우사육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산지 소값은 수입개방을 앞둔 농가 불안 심리로 소 출하가 늘어나 작년 말 313만원 하던 큰 수소(500kg)값이 265만원(3월 15일 기준)으로 15.5%나 하락했다.특히 사육두수 추이를 보면 97년 6월 293만 마리까지 증가했던 것이 99년말 195만2천여 마리로 무려 97만8천여 마리(33.4%)나 크게 줄어 들었고 3월말 현재 187만 마리로까지 떨어지는 등 지난 92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른 한우의 절대 공급량 부족 여파로 자연스레 소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송 우시장의 경우 거의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우시장의 타용도 활용'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을 정도. 큰 시장인 김천 우시장도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여두가 줄어든 300여두(5일장 기준)만이 출장하고 있다. 김천의 경우 15년전만 하더라도 세 군데에서 우시장이 서 800여두가 거래돼 온 곳이다.

또 전국에서 손꼽히는 영주 우시장은 지난 98년부터 출장두수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매매율도 77%(98년), 56%(99년)로 줄어들다 올해 들어서는 48%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한우 사육 농가의 수입개방에 따른 불안심리를 조속히 진정시키는 특단의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일각에선 "현행 소시장의 구조조정을 통해 섹터별 도매시장화를 도모, 위생적인 도축장과 유통시설을 함께 갖추는 등 차제에 선진국 축산물 유통구조로 변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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