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고대 하이테크 100가지

11세기, 역사상 가장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몽고의 징기스칸 군대는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무기와 전술로 성공적인 정복을 이룩할 수 있었다. 몽고 군대는 말을 자유자재로 타는 기병들이 뛰어난 기동력을 발휘, 1천m의 사정거리에 이르는 활과 화살을 이용해 적의 측면을 강타하는 신속무비한 전술로 중앙아시아와 유럽 군대에 연전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기병이 주축을 이룬 몽고 군대의 주무기는 활과 화살로 당시 보병 중심이거나 기병이 있다 하더라도 활의 위력이 약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몽고 군대가 위세를 떨칠 때보다 1천여년을 훨씬 거슬러 올라간 시점,한반도에는 이미 몽고 군대가 모범으로 삼을 만한 활이 발명돼 있었다. 고대 부여에서는 '맥궁'이라는 뛰어난 활이 제작돼 외국에서도 널리 알려졌으며 고구려의 '쇠뇌'는 침략에 나선 당 태종을 1천m 밖에서 맞춰 한쪽 눈을 잃게 만들었다. 고구려 시조 '주몽'은 바로 '활의 명인'이라는 뜻이다. 고구려의 활과 화살은 3~5년생의 소의 늑골이나 뿔, 대나무, 상수리나무 등을 재료로 해서 만들었는데 탄성,사정거리,위력 등 성능에서 뛰어나기 이를데 없었다.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고대 하이테크 100가지'(손제하 지음, 이면우 옮김, 일빛 펴냄)는 활을 비롯, 우수한 병기와 천문, 인쇄술, 가공술,자동화 부문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 기술과 발명품 등을 다룬 책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물시계와 첨성대, 목판 인쇄와 활판 인쇄술뿐 아니라 태양 흑점 관측, 독자적으로 지전설(지동설)을 주창한 홍대용, 현대 기술로도 만들기 어려운 잔무늬 거울, 가마와 물레, 인삼 재배술, 연을 이용한 비행술, 최초의 시한폭탄이라 할 수 있는 비격진천뢰 등 다양하고 뛰어난 과학기술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재일교포로 과학기술사의 권위자인 저자가 전작 '우리가 일본에 전해 준 고대 하이테크 100가지'에 뒤이어 저술한 책이다. 재일교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쓴 일본어판을 번역한 것으로 한국 과학기술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 뜨거운 사랑이 배어있다.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함께 읽기에 좋을 듯.

金知奭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