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13선택-한나라 전국구 공천 몸살

'차라리 전국구 의원 제도를 없애라'

한나라당이 27일 오후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을 발표하자 당 내 반응은 차가웠다. '직능 대표성'이라는 본래의 뜻을 살리지 못하고 총재가 전권을 휘두르는 전국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14번의 김낙기 연합노련회장을 노동계 배려라고 하고 있지만 그가 이미 전국구 예비후보였다는 점에서 순수한 의미의 직능대표는 한 사람도 없다.

한나라당이 발표한 20번 이내에는 지역구에 낙천하자 '탈당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이상희.임진출 의원과 박창달 선대위상황실장 등 지역구 낙천자들이 5명이나 들어갔고 전국구 재선 이상이 8명이나 포진했다.

이회창 총재 부인인 한인옥씨와 친분이 두터운 김정숙 의원이 '전국구 3선'고지를 바라보게 됐고 박세환.조웅규.김홍신.강창성.신영균.황승민.박창달 의원 등 모두 8명이 전국구 재선을 거머쥐는 등 대를 이어 전국구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당 주변에서는 이들 중 일부가 재력가라는 이유를 들어 특별당비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공천파동의 주역인 윤여준 전여의도연구소장과 신영균 의원, 이원창 선대위대변인 등 이 총재 측근들도 대거 당선 안정권을 차지했다. 특히 측근인 이 대변인이 17번에 안착한 반면 이기택 전 고문계인 장광근 대변인은 24번으로 밀려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드러냈다. 또 공천심사위에 참여했던 이연숙 전 정무2장관도 상위권을 차지, '개혁 공천'은 허울뿐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반면 지난 대선때부터 궂은 일을 도맡아 해 온 당료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계파간 나눠먹기 흔적도 역력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 스스로 전국구 명단을 발표하면서 "총선승리를 위한 당내 결속과 화합에 역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특히 홍사덕 선대위원장이 비서실장인 김희완 전 서울시부시장이 배려되지 않은데 반발, 출근을 거부하는 바람에 선대위 업무가 마비됐고 이환의 광주시지부위원장 등 광주지역 공천자 6명도 "호남지역에 대한 안배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공천을 반납하는 등 전국구공천 후유증은 2.18 지역구 공천파동에 이은 제2의 공천파문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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