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꿈꾸는 N세대-중)온라인의 생활화

'워크맨을 낀 여자가 테크노 음악에 맞춰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퇴근 길 지하철 역' 도발적 탱크탑(배꼽티)을 입은 여자 모델이 터질듯한 생명력을 표현한 광고다. 이 광고모델 전지현은 하루아침에 N세대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광고에 나오는 섹시한 테크노 율동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가면서 '전지현 신드롬'까지 만들어졌다. 사이버 공간을 중요시하는 N세대의 취향이 복제된 섹슈얼리티를 창출해 낸 경우다.

N세대 혁명은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시작됐다.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이들은 컴퓨터나 휴대폰을 이용한 접속을 삶의 일부분으로 인식하는 네트워크 세대다. 편지 대신 전자메일을 띄우고 컴퓨터 채팅과 휴대폰 문자메시지 기능을 이용, 메시지 교환을 즐기는 N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컴퓨터를 통해 필요한 것을 교육받고 살아가는 정보를 얻고있다.

N세대는 의사표시에도 적극적이다.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또래 집단문화를 만들어 간다. 시인 겸 소설가이자 문학웹진 시인학교(http://www.poetschool.co.kr)를 운영하는 이진우씨는 "N세대는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면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적극성을 보인다"고 말한다. 극장이나 여행을 가더라도 정보를 토대로 움직이고 문화공급자와 수요자의 상호의사 소통을 중요시하는 것도 특징.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쌍방향 의사소통의 핵심에 N세대가 자리잡고 있다. N세대는 수동적 문화소비자에 머무는데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창작하고 참여하려 한다. 이런 기운은 이미 각 분야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밤늦게 귀가한 대학생 박모(22)군은 컴퓨터를 켜서 영화를 본다. 커피숍을 클릭하자 영화속 남자가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인터넷으로 서비스되는 쌍방향 영화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마우스를 이용, 선택하는 코너에 따라 줄거리와 결말이 달라지는 쌍방향 영화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쌍방향 인터넷 영화는 수십만명이 접속하는 등 네티즌들이 열광하고 있다.

컴퓨터 통신 천리안이 개설한 엠피아(MPIA) 사이트에서도 N세대의 적극성을 엿볼 수 있다. 작곡가, 가수, 연주자를 꿈꾸는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직접 만든 곡을 띄우고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두달사이 여기서 80여명이 곡을 발표했으며 사이트를 찾아와 노래를 듣고 다운로드 받는 회원도 5천명을 넘어섰다.

10만명으로 추산되는 아마추어 만화가들 작품을 인터넷과 컴퓨터 통신으로 데뷔시키는 만화웹진과 인터넷 게임방도 젊은층의 인기속에 꾸준히 늘고 있다. N세대의 인터넷 붐속에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등 국내 컴퓨터 통신 이용자가 700만명을 넘어섰다. 가입자 200만명을 넘은 천리안은 미국 AOL, 일본 니트티서브, 독일 T온라인, 일본 PC-VAN에 이어 세계 5위의 컴퓨터통신 서비스업체로 자리잡았다.

이런 N세대를 가장 주목하는 곳은 이동전화 업체다. 한국통신 프리텔은 100억원을 들여 PCS 016 대신 N세대를 의미하는 'N016'으로 이름까지 바꿨다. SK텔레콤도 상품구매 및 티켓예매, 오락 등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무선데이터서비스인 'n.top' 브랜드를 출시했다. LG텔레콤은 가상과 현실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공유하는 나침반이라는 카이(Khai)를 선보이며 N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에 익숙한 N세대들이 현실세계에선 기성 세대와 충돌 하는 사례가 많다. 이에 따라 N세대가 튀는 아이디어나 창조력은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복제화된 개성이 대부분이고 정체성이 없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있다.

N세대가 일시적 유행세대가 될지 더욱 세력을 확장해 하나의 문화현상을 이룬 세대로 기억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그러나 과거 어느 세대보다 분명한 세대간의 동질성에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N세대를 빼놓고 21세기 정보화시대를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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