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145만 배럴의 원유 증산에 공식 합의함으로써 이들의 감산 때문에 빚어졌던 지난 일년간의 유가 위기가 해소 국면을 맞았다. 이번 증산합의로 OPEC 회원국 산유량은 6.3% 늘어난 하루 2천400여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OPEC은 세계 석유시장의 40%를 점하고 있다.
▲전원합의 관례 파괴=27일 개막됐던 OPEC 각료회의는 첫날부터, 충분한 증산을 주장하는 사우디.쿠웨이트 등과, 동결 혹은 소폭 증산을 요구한 이란.알제리.리비아 등의 뚜렷한 견해차로 난항했다. 둘쨋날 회의 시간을 늦추면서 절충점을 모색했으나 이란이 하루 120만 배럴 이상의 증산은 안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OPEC 회원들만으로 지난해 3월 합의된 감산분을 원상 회복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적정 증산량=OPEC 회원국과 주요 석유수입국은 배럴당 25달러 전후가 적정한 국제유가이며, 이를 위해 원유의 증산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해 왔다. 이렇게 만들려면 하루 230만~300만 배럴의 증산이 필요하다고 미국은 주장해 왔다.
그러나 원유증산이 지난해 3월 이전과 같은 유가 대폭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OPEC 회원국은 훨씬 적은 증산량을 제시했다. 그 결과 반대파들이 본 증산 상한선은 하루 120만 배럴. 북반구의 겨울이 끝나 원유소비가 줄어드는 4월 이후에 지나치게 증산할 경우 지난해 3월 이전 배럴당 10달러선을 기록했던 것과 같은 사태를 초래한다는 것.
국제 에너지기구 관계자는 "하루 50만~100만 배럴 증산은 현재 수준의 유가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이 요구한 230만 배럴 이상의 증산이 있으면 소비국들이 부족한 재고량을 다시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평가했다.
▲전망=OPEC 회원국의 증산합의 가능성이 높아지자 28일 런던 브렌트유는 배럴당 17센트 떨어진 25.51 달러를 기록했고, 뉴욕 선물시장 유가는 27.01 달러로 하루만에 무려 78센트나 속락했다.
미국은 20달러 중반대에 국제 유가가 형성되면 미 경제에 인플레 압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린스펀 미연방 준비은행 위원장은 "고유가가 미경제나 다른 석유관련 제품들에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유가는 인플레 등을 감안할 때 지난 70년대 후반 및 80년대 초반 보다 낮은 수준이며, 더구나 석유가 미국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년대에는 6% 수준이었던데 비해 현재는 2.5%에 불과하다. 미국의 집요한 석유증산 압력은 경제적인 이유 보다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의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신설=하지만 IMF 경제위기를 막 벗어난데다 원유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와 브렌트유가 우리 원유수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에 비해 배럴당 5달러 정도 높은 점을 감안하면, 국제유가 25달러선 안정은 한국의 안정적 경제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하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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