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넷에 유럽의 미래를 건다

유럽이 세계최대의 경제권으로 도약하기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다. 선봉장은 EU 15개국 수뇌. 지난주 리스본에 모인 정상들이 내린 결론은 "새로운 시대는 교육.기술.경제에 관한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제도'를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유럽이 가진 경제.사회적 문제를 디지털 혁명으로 정면 돌파하자는 것. 때문에 그 모임도 '닷컴(.com)회의'로 불렸다.

닷컴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e혁명'의 구체적 액션 플랜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EU 정상들은 △EU내 모든 학교의 인터넷 접속 의무화 △유럽 전지역에서 저비용 초고속 인터넷 접속망 사용 및 통신시장 전면 자유화 △전자 상거래, 판권, 전자화폐 사용에 관한 법적 장치 마련 등을 내년 말까지 마치기로 합의했다. 또 2003년까지 전자수단을 이용해 주요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물론 창업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분석, 불필요한 관료적 장애물(레드 테이프)의 제거를 약속했다.

이런 e혁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유럽의 경제성장률은 3%(현재 2%) 수준을 유지해, 2010년쯤 되면 2천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리라 기대됐다. 1천500여만명의 실업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이 '완전고용'의 신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

유럽 정상들은 또 인터넷 중심의 신경제가 우수한 유럽의 사회 안전망을 훼손하지 않고도 사회복지 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신경제 체제 아래서의 노인인구 증가에 대비, 연금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연구를 이미 지시해 놨다.

유럽이 긴급 정상 회담까지 개최하며 e혁명을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한 것은 정보화 분야에서 점차 확대되는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나아가 역전시키려는 야심찬 전략 때문이다. 미국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의 생산으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실업률은 유럽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대를 유지하고 있다. 더이상 머뭇거리다가는 2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유럽 정상들의 절박감이 e혁명 선언의 도화선이 됐다.

"이번 결정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고용유지적 관점에서 벗어나 EU 사회정책을 현대화하는 구체적 수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블레어 영국 수상은 "2천만 개의 새 일자리 창출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며 "이제 유럽은 e혁명으로 완전고용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고 선언했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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