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가짜 산삼, 가짜 산신령

시계.보석류 등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유명 상표 '카르티에'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렵다. 회사 직원도 물건만 봐서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미쏘니' 셔츠, '루이비통' 가방 등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식별하기 어려워 손을 들 때가 많으며, 상표권자들도 본국에 가서 확인해야 할 정도여서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의 가짜 만들기의 손재주가 정말 아깝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우리 민족의 손재주를 자랑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끄러우며, 꺼림칙하다. 대외적인 이미지 추락과 통상마찰 등 각종 걸림돌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위조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위조상품 적발 건수는 프랑스에서 1위, 미국에서 4위를 차지할 만큼 '악명'이 높다. 최근에는 케이블TV 홈쇼핑을 통해 농약 성분이 검출된 저질 장뇌(長腦)를 산양(山養) 산삼인 것처럼 속여 팔아온 인삼판매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돼 우리를 놀라게 한다. 더구나 '가짜 산삼' 판매에 대한한의학회 회장인 현직 대학교수와 한의사가 돈을 받고 허위품질인증서까지 발급해 준 '가짜 산신령' 노릇을 했다니 기가 막힌다. ▲산삼을 먹으면 위암이나 폐암.백혈병 같은 불치병이 기적처럼 호전돼 건강을 회복했다는 심심찮게 얘기가 들려온다. 그러나 산삼이 나타났다 하면 수천만원에서 억대 이상의 고가에 팔려나가곤 하니 서민들은 꿈도 못꿀 정도다. 이를 틈타 가짜 산삼이 날개를 달며, 심지어 90% 이상이 가짜라는 말까지 나도는 형편이다. 우리 사회의 '막가파' 행렬은 이제 그 끝이 안 보인다. 대학교수까지 돈에 눈이 멀어 범죄를 저지른다면 우리 사회는 막다른 골목에 다름아니다. 정부의 가짜 상품 뿌리뽑기도 중요하지만 평상심(平常心) 회복이 가장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염원했던 윤동주의 '서시'가 더욱 돋보이는 이즈음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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