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한 공격 1999'를 보는 심사가 조금은 뒤틀려진다.
세계언론자유상황 감시단체인 미국의 언론보호위원회(CPJ)가 지난 22일 워싱턴에서 발표한 지난해의 세계언론상황 백서(白書)인 '언론에 대한 공격 1999'는 한국 언론에 대해 '일부 의문을 품게 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사실 이런류의 백서는 외국의 기관이 우리를 평가하고 그것도 자기들의 문화잣대 등으로 가늠하는 일은 '그렇다'라는 수긍보다는 '불쾌'쪽에 무게가 실린다. 오차 없이 맞는 판단이라고 해도 우리의 일들이 남의 손에 재단되는 상황이 유쾌한 것은 아니다.
외국, 한국 언론의 문제 지적
이 백서는 '한국의 언론이 표면적으로는 전혀 탄압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도 두서너 가지의 현상을 거론한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비판적 언론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세무조사를 활용했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들어, 언론매체와 정치권력과의 긴장상태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탄압상황을 행간(行間)에 깔았다. '중앙일보 홍 회장의 구속은 권위적인 정부가 의욕적인 언론을 억압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권력과 또 다른 권력의 대결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권력과 권력의 쟁투가 홍 회장의 구속을 불렀다는 뜻일게다. 당초 발표된 구속사유는 본질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된다. 결국 언론이 내보내는 보도의 몸짓이 진실과 거리가 있다는데 귀착한다.
언론과 현실의 거리 확산
언론이 전달하는 '현실'이 참으로 현장의 사실과 꼭히 일치하지 않는 것임을 일찍부터 말했던건 미국의 명칼럼니스트 월터 리프먼이었다. 언론이 진실보도를 지고지선(至高至善)의 목표로 삼고 있지만, 그 결과는 '의사환경(pseudo environment)'이라는게 그의 진단이다. 의사(pseudo)란 한마디로 '사이비'라는 뜻이다. 다른 쪽으로 보면 가짜, 위조도 포함되어 있다.
월터 리프먼이 진단한 언론과 현실의 거리, 격차에 대한 인식은 점차 확산돼 갔다. 미국의 사학자 다니엘 부어스틴은 '의사환경'이라는 지적만으로 부족하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미지'라는 저서에서 언론이 전달하는 '현실'이란 '의사 이벤트'(pseudo event)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나의 기사가 진짜와는 거리가 먼 가짜라는 진단이다. 사실(fact)을 보도하는 기사가 사실전달이 아니라는 지적은 언론이 목표로 삼는 진실에 대한 확실한 추구와 자기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지금 우리의 언론이 행하는 16대총선보도에 대한 평가는 부정쪽의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신문과 방송사 등에서 경쟁적으로 보도한 총선여론조사가 투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조사결과마다 순위가 바뀐 여론조사는 '왜이래'다. 특정 인물에 대한 지지율이 들쭉날쭉이고 편차가 심해서 어느쪽 결과를 믿어야할지 혼란만 주었다. 오차요인이 많은 데도 0.4%우세라는 식의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여론조사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증명이다. 4년전 한국의 언론 3사의 총선여론조사를 외신에서는 '하나의 코미디'라고까지 했다. 이런 폐해 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전문인력의 확보와 함께 여론조사 방법과 설문을 공개해야 한다.
우리 언론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엄정중립'이 과연 지켜졌는지 되돌아 봐야한다. 행간에 담겨진 특정 정당, 후보자에 대한 지지성 표현도 반성의 대목이다. 지역정서.지역감정도 챙겨볼 책임이 있다. 그래도 최소한 균형감각을 유지했는지에 대한 점검은 시시때때로 있어야 독자나 시청자들이 수긍한다.
언론 변해야 한다
또다른 문제는 정당, 후보자들의 '정책대결 유도'관련이다. 흔히 한국 언론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약속하는 '정책대결 유도'는 아직까지 통상 말로만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언론도 변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켜지지 않을 제도나 관행은 새로운 분석과 요인을 점검, 개선노력을 해야할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 '특정정당지지 엄금'같은 것도 시대에 뒤떨어진다면 깨자. 총선경우도 특정후보자에 대한 선택적 지지도 생각해 볼이다. 언론사들이 합의, 추진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분명한 것은 변해야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고, 산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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