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9.대구시 서구 비산2동)는 하고픈 게 많다. 먼저 엄마 아빠와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꿈도 늘 꾼다. 하지만 꿈일 뿐이다. 배와 다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신장암.
지혜는 지난 97년 3월 갑자기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 오른쪽 신장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는 판정. 투병의 시작이었다. 감당하기 힘든 항암치료와 수술 등 2년간의 치료. 지난해 2월 건강을 되찾았다.
지혜는 그해 3월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왼쪽 다리에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다시 병원을 찾은 지혜는 다리와 임파선에 암세포가 전이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
그러나 모성은 암보다 강했다.
지혜 어머니 이미란(35)씨는 "절망밖에 남지 않은 제게 힘을 준 것은 지혜였다"고 말했다.
지혜는 곱게 기른 머리가 다시 시작된 항암치료로 다 빠졌다. 그래도 학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씨는 지혜의 투병의지를 보고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지난 1월 결혼 10년만에 장만한 집을 처분, 방 2칸 사글세로 옮겼다. 하지만 치료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택시 운전을 하는 남편(37) 월급으론 10일에 한번씩 투약하는 항암제값 180만원 마련도 벅차다.
딱한 사정이 전해지자 지혜의 모교인 달성초교 친구들이 나섰다. 고사리 손으로 모은 동전과 교사들의 정성이 보태져 모금 첫날인 지난 27일 230여만원이 걷혔다."하루 빨리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요" 고된 투병속에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은 지혜의 작은 소망이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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