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법 안지키는 게 득이라니

법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도 우리의 법은 그게 사실이라니 정말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도대체 입법과정에서 왜 이런 부작용을 예상못했는지 한심하다

대표적인게 무인카메라에 의해 단속된 과속처리에 대한 교통법규이다. 법대로 단속스티커를 갖고 경찰서에 가서 사실대로 시인하면 6만원의 범칙금에다 벌점 15점이 나오게 된다. 이 벌점이 40점만 누적되면 면허정지 40일의 행정처분이 뒤따르게 돼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버티면 결국 차주에게 범칙금만 부과하게 돼있다. 형편이 이러한데 누가 정직하게 법절차를 지키려고 하겠는가. 참으로 이치에 닿지 않는, 정말 웃기는 법현실이다.

주차위반범칙금도 마찬가지이다. 안내고 버티면 1년후 차량을 압류한다지만 지금까지 압류케이스는 거의 없는게 현실이다. 성급하게 범칙금을 낸 사람만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밖에도 이런 법의 맹점은 수두룩하다. 아파트를 불법개조하면 원상복구명령에다 강제이행금이나 벌금을 물리게 돼있다. 이것도 자진신고한 사람만 손해를 보는게 현실이다. 단속이 전혀 안되기 때문에 신고를 묵살한 사람에겐 아무 제재도 없이 그냥 넘어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더욱 기가 찬건 건축물불법 개축으로 주차장 등에 점포를 넣는 경우 점포세를 받아 연 2회 강제이행금을 무는게 원상회복보다 훨씬 이득이라 한다. 누가 법대로 원상회복을 하겠는가. 각종 풍속사범의 온상이라 할 수 있는 노래방의 변태영업도 지난해 5월부터 형사처벌이 없어지고 단속기관도 경찰에서 기초자치단체로 이관됐다.

이것도 법규에 걸리면 영업정지나 과태료중 하나를 선택하게 돼 있다. 당연히 영업을 하면서 과태료를 무는게 득이다.

문제는 이같은 법경시풍조가 만연되면 탈법을 부추길 건 뻔한 이치이고 법정의가 우리사회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범법자에겐 그 대가를 치른다는 것과 함께 그 죄과를 뉘우치고 재범을 방지한다는게 법의 정신이다.

이렇게 법이 허술하고 빠져나갈 구멍이 많으면 결국은 준법은커녕 죄의식조차 없어진다는게 가장 큰 해악이다. 죄의식마비 현상은 우리사회 법질서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 국가기강을 무너뜨리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그러잖아도 법경시풍조가 갈수록 만연되는 계제에 엄연히 살아있는 법조차 안지키는게 득이면 그 법은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법무당국은 이런 부작용을 깊이 인식, 도처에 산재해 있는 법의 맹점을 하루빨리 고쳐 더큰 '재앙'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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