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출신 소설가 김원일씨가 본래의 글쓰기에서 살짝 비껴나 예술과 삶, 문학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들려주는 산문집을 냈다.
그림에 얽힌 자신의 삶과 문학을 풀어낸 '그림 속 나의 인생'(열림원 펴냄)은 동서양의 명화 50점을 보고 작가의 느낌에다 문학적 상상력을 보태 살아있는 그림 이미지를 포착한 미술산문집.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비롯 김정희 '세한도', 이인성 '해당화'와 렘브란트·고흐의 자화상, 크림트의 '키스',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자코메티 '걷는 남자' 등 도판과 작가의 글이 나란히 실려 있다.
작가는 로트렉의 '아델 백작부인의 초상'에서 자식 넷을 홀몸으로 키우고 가르친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유배지 수용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소식도 없이 귀가한 사내와 이를 맞는 가족의 표정을 순간적으로 잡은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를 통해 섬광처럼 뇌리를 스치는 아버지의 젊은 날 모습을 찾아내기도 한다. 또 야수파 화가 루오의 '성스러운 얼굴'을 보면서 이승을 떠날 무렵 막내 아우가 남긴 말과 그의 방에 걸려 있던 루오의 복사판 그림을 떠올리며 상념에 젖기도 한다.
이 산문집에는 낯익은 고전 작품과 험난한 삶의 파고와 역사의 격동기를 거쳐온 그림들, 전통과 관습을 뛰어넘어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낸 파격적인 미술작품들이 담겨 있다. 내성적인 소년 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작가의 그림에 대한 애정과 해박한 지식, 상상력이 돋보인다.
"한 장의 그림속에는 먼저 색채와 형태가 주는 아름다움이 있고, 그 시대의 역사와 개인의 삶이 담겨 있다"고 말한 그는 비록 비전문가의 시각이지만 한 장의 그림을 통해 화가의 생애를 보며, 나의 삶과 문학을 그 이미지에 접목시켜 보았다고 밝혔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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