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늘어나는 사이버 선거범죄 실태

PC와 인터넷 활성화로 선거문화의 일대 변혁이 시도되는 등 사이버선거의 열기가 높아지면서 선거전에서도 사이버 테러, 사이버 범죄의 발생 건수가 늘고 있다. 정치·선거 관련 홈페이지를 찾는 방문객 수도 예상치를 넘어서고는 있지만 선의의 방문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밤 손님' 수준의 불청객도 많다.

최근 들어서는 정당과 각 후보자 홈페이지가 해킹당해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홈페이지 자체를 폐쇄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사이버 테러는 이런 수준에 머물지 않고 남의 명의를 도용(盜用), 게시판에 버젓이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 1월 한나라당 홈페이지가 해킹당해 40여일간 운영이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정치권에서도 인터넷 보안장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계기가 됐다.

지난 30일에는 한나라당 대구 수성을 윤영탁 후보 개인 홈페이지가 해킹당해 게시판의 '삭제'키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커가 홈페이지 운영자가 갖고 있는 게시판의 '교통정리'기능을 마비시켜 버린 것이다. '대구인'이라는 ID로 들어온 이 해커는 비방 일색의 글을 올렸지만 운영자는 한동안 손도 대지 못했다. 윤 후보 측은 인터넷 전문업체에 의뢰, 하루만에 이 글을 삭제하고 게시판 기능을 복구시킬 수 있었다. 윤 후보 측은 이를 변형된 선거범죄로 규정, 1일 대구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이버 선거범죄의 유형은 해킹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31일 민주당 홈페이지의 '넷파워 열린마당'으로 명명된 게시판에는 한 네티즌의 글이 올랐다. 자신을 매일신문 정치부 이모 기자의 명의를 도용, '대구매일 안동주재 이모 기자'라고 사칭한 이 글의 내용은 민주당과 권정달 후보를 비방하면서 버젓이 답변을 바란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매일신문과 이 기자는 1일 명의 도용자에게 분명한 신분을 밝히고 사과할 것을 사이버 공간을 통해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특정한 사례 말고도 각 정당과 후보자, 그리고 언론사에서 개설한 선거관련 사이트에는 선거분위기를 흐리거나 사이버 공해로 일컬어질 정도의 비방과 흑색선전도 난무한다. 운영자는 수준 이하의 글 삭제에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세계의 선거판이 혼탁의 극을 달리듯 어느새 사이버 선거공간도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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